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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 얘기는 일체 하지 말고 부담 없는 판촉물로 유인하라! |
고기가 낚시바늘을 알아챈다면 절대 입질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낚시꾼은 낚시바늘은 숨긴 채 맛있는 떡밥을 전면에 내세워 고기를 유인한다.
영업도 그렇다. 처음부터 영업 얘기를 꺼내면 고객은 진저리를 처버린다. 아무리 제품이 좋고 영업사원의 사람됨이 좋아도 ‘나한테 뭐 좀 팔려고 접근하는구나’ 싶어 고개를 돌려버릴 터. 판매 얘기를 일체 꺼내지 않으면서도 고객이 스스로 제품을 사겠다고 아우성 치게 만드는 비결, F전자 H씨로부터 들어보자.
F전자 H씨가 임신 중에 있던 일이다. 워낙 영업활동을 열심히 하다 보니 일주일에 한 번씩 검진을 받으러 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렇다고 몸에 벤 영업 체질이 어디로 갈까. 그 와중에도 H씨는 드나들던 산부인과를 개척지구로 찜(?)했다.
‘누구한테 말을 붙일까’ 둘러보던 그는 유난히 싹싹하고 사람 좋아보이는 김 간호사를 발견했다. 그때부터 병원을 들를 때마다 김 간호사에게 F전자에서 나오는 잡지며 판촉용 선물들을 가져다 주곤 했다. 물론 영업 얘기는 절대 하지 않았다. 선물을 받은 김 간호사는 너무나 좋아했다.
급기야 하루는 김 간호사가 H씨를 불러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저희 간호사들은 3교대를 해요. 제가 나이트 근무를 하는 날엔 병원 뒤편 기숙사에 있어요. 그때는 절 찾아오실 때 기숙사로 오시면 되요.”
자기가 없다고 선물을 다른 사람 주지 말고 기숙사로 오라는 말이었다. H씨는 ‘옳거니’ 싶었다.
H씨는 다음에 일부러 김 간호사가 기숙사에 있는 날에 병원을 찾았다. 기숙사에 묶고 있는 간호사만도 100여명. 이제 슬슬 그들에게 자신을 알릴 무언가가 필요한 때라고 여겨졌다.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 그 무엇. 캔 음료수는 선물을 받은 사람이 나중에 두었다 먹을 수가 있다. 씻지 않고 바로 그 자리에서 여러 사람과 어울려 먹을 수 있는 것. 그래, 수박이다.’
제철이 아니라 굉장히 비쌌지만 H씨는 흔쾌히 돈을 지불, 수박을 들고 기숙사를 찾았다.
역시나 H씨의 예상은 적중했다. 기숙사에 있던 간호사들이 “웬 수박이냐”며 몰려들었고 둘러앉아 먹는 시간 동안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기회를 갖게 됐다.
혼수를 위해서나 가전제품에 상당한 관심을 가질 만한 계층이기에 각사 가전제품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H씨는 간호사들에게 꽤나 유용한 정보를 줄 수 있었다.
이후 상당량의 가전제품 주문이 들어온 것은 물론. 수박 한 통이 엄청난 영업 효과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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