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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후 12년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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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객 중에는 백마부대에서 군생활을 하던 시절 내 한달 고참이었던 사람이 있다.
나이는 내가 한살이 많았지만, 군생활에서 그것이 뭐 그리 중요하랴.
같은 사무실에서 행정병으로 일할때 부족한 수면과의 전쟁을 함께 치르며,
고참들의 눈치를 보며 몰래 내무반을 빠져나와 소주를 한잔씩 기울이던
우리는 말그대로 전우(?)였다.
지금 그는 이동통신사의 치열한 전쟁터에서,
난 앞을 알 수 없는 금융시장이란 전쟁터에서,
각자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뛰어난 저격수가 되어 있다.
영업이란 고독하고 외로운 일이란걸 우린 말하지 않아도 직감적으로 공감한다.
군대를 제대한 후 처음으로 어제 우리는 함께 술잔을 기울였다.
12년만에 일어난 사건(?)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행복했었다.
그리고 다시 각자의 전쟁터로 돌아갔지만,
난 그가 분명 그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올 것을 알고있다.
부상이야 한두 차례 겪을 수 있을 것이다.
그가 내게 말했다.
형이란 존재는 내게 특별해.
내 뒤를 든든히 지켜줄 사람이고, 내 가족을 맡겨 둔 사람이니까...
내가 두잔을 마실때 형은 한잔만 마셔서 나보다 더 오래살아야 한다고...
그의 전쟁터에서 그의 부하들에게 때로는 내 얘기를 한다고 했다.
부하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서 난 어쩌면 영웅이 되어 있는 듯했다.
술때문이 아니라, 그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때문에 취했었다.
우리의 다음 술잔은
아마 지금의 전쟁이 끝난 후,
굵은 상처를 하나씩 가슴에 지닌 채,
당당한 모습의 두 늙은 영웅의 모습으로 만나
껄껄껄 웃으며 맘껏 기울이게 되리라.
이날은 전혀 외롭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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