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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세일즈맨 이준용]
친구들의 네 가지 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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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자동차 영업을 시작하고 얼마간 친구들을 만나도 직장을 옮겼다는 말을 쉽게 꺼내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괜한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부탁을 들어주던 입장이 졸지에 바뀐 것 같아 기분이 묘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내가 없는 자리에서 좀 알아서들 내 새로운 직업에 대해 얘기하고 도움을 주기를 바랬습니다.
'언젠가 나도 자리를 잡고 나면 지금처럼 부담스럽지 않게 친구들을 대할 날이 올거야. 그때는 니네들이 날 필요로 할 날이 올거야. 일단은 그냥 맨땅에 헤딩하면서 버텨봐야지.'
그렇게 2년 8개월이 흘렀습니다.
이제는 가깝게 지내던 녀석들 대부분이 내가 어느 회사에서 어떤 차를 팔고 있는지 압니다.
몇몇 친한 놈들에게 알려준 것이 소문을 탄 것이겠죠.
다행히 학창시절 누구를 괴롭히거나 나쁜 인상을 심어주지 않았기에 내가 팔고 있는 차 이름과 내이름 석자가 녀석들 머리속에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꾸준히 투자한 온라인 광고비 덕분에 잊고 지냈던 지인들에게서도 홈페이지 잘 봤다는 연락을 받고 있습니다. 감사할 일이지요.
이제는 녀석들 자동차 생활에 한 말씀 거들 정도의 내공이 쌓였으니 신입사원 때의 부담도 거의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그 친구란 녀석들이 그동안 자동차 영업사원인 나에게 주로 뭘 물어보나 곰곰히 따져봤더니 주로 이런 내용들이더군요.
"요즘 어때? 차 잘 팔리지?"
"이번에 나온 신형 잘 빠졌더라? 얼마냐?"
"차 바꿀 때가 됐는데 요즘 조건이 어떠냐?"
"친구 사이에 좀 싸게 해봐! 자꾸 빡빡하게 그럴래?"
가장 반가운 질문은 역시 세번째 부류입니다. 차가 필요하고, 언제 어떻게 구입하는 것이 좋은지 넌지시 전문가의 견해를 묻고 있습니다.
성심성의껏 설명을 해줍니다. 각 모델의 사양과 가격비교, 지난 몇달간 판매조건 동향 및 구입시기에 따른 장단점을 솔직히 털어놓습니다.
할부와 등록, 중고차, 보험, 정비까지 자동차와 관련된 모든 것을 알려줍니다.
마지막으로 기분좋게 자동차를 구입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이끄는 것도 빼놓지 않습니다.
두번째 부류는 관심은 있으나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가격을 말해주면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합니다.
"음… 차값이 많이 올랐군! 이군! 5년만 기다리게! 그때 꼭 연락함세!"
더는 물어보는 것이 없으니 답해줄 만한 내용도 없습니다. 나중에 보면 꼭 가격이 저렴한 회사의 차를 몰고 나타나서 괜히 미안해합니다.
'괜찮아 임마! 그 차도 썩 괜찮은데 뭘!'
첫번째 멘트는 그냥 안부인사입니다. 하지만 별로 반갑지 않은 인사이기도 합니다.
자동차 판매동향을 통해 전반적인 경기상황을 예측하려는 의도는 아니겠지만 차라리 그냥 "애는 잘 크지?", "얼굴 많이 좋아졌네!" 라는 인사가 더 정겹습니다.
차가 많이 팔리고 안 팔리고는 자동차 회사 CEO의 관심 사항입니다.
자동차 영업사원에게는 내가 파는 대수만이 의미를 가집니다.
"차 필요한 사람 소개 좀 시켜주고 그래야 되는데, 늘 미안하다!" 라는 말이 훨씬 근사해 보입니다.
마지막 말은 그냥 제 친구녀석이 아직 좀 덜 되서 그렇습니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도닥거리며 건조하게 대답합니다. 어느 순간에는 친구가 측은하게까지 느껴집니다.
'쟈식! 사는게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래 내가 좀 도와줘야지!'
주객이 전도됐으니 파는 사람 입장에서 도리어 부담입니다.
전화벨이 울려도 얼른 통화버튼이 눌러지질 않습니다. 서로에게 득이 되지 않는 거래입니다.
녀석도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고, 저 역시 친구를 잃을까 두렵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제 친구들은 세번째와 두번째의 비율이 7대 3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많이 배우지는 못했어도 제가 인복이 많은가 봅니다.
저도 이제 여우가 다 됐습니다. 눈치만 빨라져서 어쩔 때는 돗자리를 들고 한번 나가볼까 생각해 봅니다. 예전처럼 초조하거나 불안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열심히 팔다보면 필요한 만큼은 팔게 되겠지요. 걱정한다고 뭐가 달라질까요?
멋지게 영업하렵니다. 배고프다고 땅에 떨어진거 자꾸 주워먹으면 배탈나잖아요? 차라리 조금 배고픈게 낫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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