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두 영업사원 |
창가 4번 테이블에 앉아 있는 두 남녀는 맞선을 보는 것 같다. 주문한 커피는 안마시고 여자가 궁금한 게 많은지 남자한테 이것저것 자꾸 물어 보는 게 분위기가 영 이상한 쪽으로 흐른다.
여 - “혹시 직업이 뭔지 물어 봐도 되나요?”
남 - “아, 네, 전 영업사원이에요.”
여 -“영업사원이요? 물건 파는 사람이요?”
남 - “네 맞아요. 우리 회사 제품을 파는 일을 해요.”
여 - “파는 거 힘들 텐데, 한 두 번도 아니고… 많이 팔아야 할 거 아네요, 직업이니까…”
남 -“하하. 많이 팔려면 매일 여러 군데 돌아 다니면 되요.”
여 - “만나는 사람마다 다 사나요?”
남 - “아뇨. 고객을 만나기는 하는데 성과가 전혀 없는 날도 있죠. 어떤 날은 명함만 주고 받고 나오기도 하고, 어떤 날은 차 한 잔 마시고 헤어지기도 해요. 그런 날은 진짜 일하기 싫죠.”
여 - “아휴, 전 그런 거 못할 꺼 같아요.”
남 - “그렇지만 운이 좋은 날도 있어요. 제가 한 달 동안 팔 물량을 하루에 다 팔기도 해요. 그런 날이 있기 때문에 영업 할 맛이 나죠.”
여 - “저는 누가 뭘 사라고 하면 부담스럽던데. 그래서 영업사원이 찾아 온다고 하는 것도 싫어해요.”
남 - “무턱대고 사라는 말을 하기 전에 설명을 해주죠. 우리 게 얼마나 좋은지. 그리고 나서 사라고 하는 거죠.”
여 – “그 회사 게 제일 좋다면 사겠죠.”
남 – “에이그. 뭐 우리 회사 게 최고겠어요, 다른 회사도 잘 만드는데. 다 장단점이 있는데,그래도 뭐 고객들이 그걸 아나요. 그러니까 우리 게 최고라는 말을 자주해서 세뇌를 시키는 거죠. 다 영업사원이 설명하기 나름이죠.”
여 – “거절하면 어떡해요. 좋다고 다 사는 건 아닐 텐데.”
남 – “아, 그야 물론 처음에는 거절하죠. 하지만 계속 밀어 붙여야 팔 수 있어요. 그게 잘 하는 사람하고 못하는 사람의 차이죠. 고객이 거절할 때 그냥 물러 서니까 못 파는 거예요. 영업은 끈기가 중요하거든요. 밀어 붙이는 파워, 그러니까 깡다구가 필요해요.”
여 – “거절하는데도 계속 달라 붙으면 사람들이 싫어 하지 않나요?”
남 – “그래도 어떡합니까, 팔아야 돈을 벌죠.”
여 – “흐음.”
그랜드 피아노 옆 10번 테이블에 앉아 있는 두 남녀도 맞선을 보는 것 같은데 4번 테이블의 커플하고는 다르게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게 산다.
여 - “혹시 직업이 뭔지 물어 봐도 되나요?”
남 - “아, 네, 전 영업사원이에요.”
여 -“영업사원이요? 물건 파는 사람이요?”
남 - “아…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저 섭합니다. 단순히 파는 일만 하는 건 아니구요, 그러니까 우리 회사 제품이 필요한 고객을 찾기도 하구요, 잘 사용하고 있는지, 더 필요한 건 없는지 관리도 해요.”
여 - “파는 거 힘들 텐데, 한 두 번도 아니고… 많이 팔아야 할 거 아네요, 직업이니까…””
남 -“하하. 힘들다고 생각하면 힘들죠. 그래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요.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고객을 만나기 전에 꼭 전화해서 무슨 일로 찾아가겠다, 만나 주겠느냐고 묻죠. 무턱대고 찾아가는 게 아니고 살만한 가능성이 높은 고객을 골라 내야죠. 만날 약속이 되면 만나러 가고… 그렇게 하면 허탕 치는 일이 적어서 힘이 덜 들어요.
여 - “만나는 사람마다 다 사나요?”
남 - “아뇨. 만나자 마자 사라고 하면 누가 사겠어요. 일단 처음에는 그 고객이 현재 어떤 걸 사용하고 있는지, 무엇이 불편하고, 어떤 게 더 필요한지 물어 봐요. 그러면 우리 제품이 꼭 필요하겠다, 아니면 나중에 살 것 같다 어떻다는 판단이 서죠.”
여 - “네에. 그러면 언제 팔아요?”
남 - “하하… 그야 그쪽에서 사겠다고 하면 팔겠죠.”
여 – “네? 무슨 말이 그래요?”
남 – “하하하, 농담이구요. 만난 그 사람 자신이 우리 제품을 사야한다는 어떤 필요성을 느낄 때 사라고 권하죠.”
여 - “저는 누가 뭘 사라고 하면 부담스럽던데. 그래서 영업사원이 찾아 온다고 하는 것도 싫어해요.”
남 - “영업사원이 사라고 하면 부담스러워들 해요. 그래서 사라고 하기 전에 스스로 사야 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설득하는 게 중요하죠.”
여 – “사야 할 필요성을 느끼면 사겠네요.”
남 – “그렇죠. 뭐든지 남이 시키면 하기 싫어도 자기 스스로 느낀 것 꼭 하게 되잖아요. 영업도 그래요. 영업사원이 아무리 말을 많이 해도 고객이 마음의 문을 꼭 닫고 있으면 입만 아프죠. 그러니까 우리 제품이 그 고객의 문제를 개선시켜 주고, 사면 더 좋게 된다는 뭐 그런 식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게 영업사원이 할 일이죠. 그렇게 되면 자동으로 팔립니다.”
여 – “거절하면 어떡해요. 필요하다고 다 사는 건 아닐 텐데.”
남 – “아, 그야 물론 거절이 없겠습니까. 하지만 거절해도 왜 거절하는지 알면 다시 설득할 수 있어요. 거절하는 이유 중에는 영업사원이 해결해 줄 수 있는 것도 있거든요. 그게 영업 잘 하는 사람하고 못하는 사람의 차이죠. 고객이 거절할 때는 다 이유가 있는데 그걸 무시하고 계속 사라고 하면 강매가 되는 겁니다. 그러면 그 고객은 다시는 그 영업사원을 안 만나 주죠. 데이트 할 때랑 똑같을 걸요?”
여 – “네???”
남 – “하하하. 내가 싫다고 하는데 상대방이 자꾸 달라 붙으면 좋으세요?”
여 – “아…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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