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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세일즈맨 이준용]
어른들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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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히 복잡하고 심오한 것처럼 보이는 어른들의 일이라는 것이 따지고 보면
그리 대단하지 않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오랜 시간 전문지식을 익혀
그럴듯한 자리에 앉아 계시는 분들이나, 아직도 우리 아들이 서울에서 번듯한
직장에 다닌다고 자랑하시는 어르신들이야 지팡이를 들고 쫒아오시겠지만
사실이 그렇다. "What do you do for a living?" 라는 질문에 5초 이상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는다면 그 사람은 남에게 해를 끼치는 일을 하는 사람이거나
아무런 일도 하고 있지 않을 확율이 높다.
"자동차를 파는 일을 합니다.", "아픈 사람을 고쳐주는 일을 합니다.", "집을
짓는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합니다." 라는 설명
이외에 달리 무슨 말이 필요한가? "국가와 민족을 위해 오늘도 불철주야 (중간
생략) 이런 일을 하고 있습니다." 라든가 "대단히 복잡하고 심오한 업무이기
때문에 설명드리기가 어렵습니다." 라는 설명은 전혀 근사해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자신의 직업에 대해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는 사람은 선입관을 경계
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참 이상하지 않은가? 특정 직업에
대한 좋지 않은 선입관은 많이 들어봤어도 보편적으로 좋은 느낌을 주는
직업은 얼른 떠오르지 않는다. 몸에 밴 직업적인 태도나 말투를 통해 특정
직업을 떠올리게 하는 사람은 아직 그 일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자신의 일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를 잠시 잊고
지내는 사람인 경우가 많다. 만나는 사람마다 자동차를 팔 생각만 하거나,
모든 사람을 학생 대하듯 가르치려만 든다면 편안하게 만나기 부담스러운
사람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고수는 속이 잘 보이지 않는다. 평소의 행동이나 말투를 통해
직업을 맞추기 어려운 사람이 있다면 거의 진짜인 경우가 많다. 굳이 직업과
관련된 대화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다른 얘기들로 즐거울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그 자체로 즐거운 일이며 행운이다. 문제는 어느 순간 내가 어떤
사람이었나를 자꾸 잃어버린다는 점이다. 특정 조직문화에 빨리 적응하기
위해 나를 맞춰가는 것은 군생활 2년 6개월로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거꾸로
생각하자면 가까운 친척이나 자기 자식에게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추천할 수
있다면 당신은 썩 괜찮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일이라는 추천만 뺀다면 말이다.
어른들의 일은 어릴적 학교에서 배운대로 혼자서 할 수 없는 일들을 나눠서
하는 것 뿐이다. 농부가 거둔 쌀이 식당 주방장의 손을 통해 밥이 되어 나오고,
누군가가 만든 옷을 입고 누군가가 만든 집에서 산다. 몸이 아플 때 찾아가야
하는 사람을 알고 있고, 최소한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래서 둘러대지 않고 짧게 설명할 수 있는 세상의 모든 직업은 귀하고 또
귀하다. 다른 사람들이 내 직업을 쉽게 예측하지 못하도록 조금만 덜 열심히
일하자면 지나친 괴변일까? 쫒겨나지 않을 정도로만 아주 조금만 덜 말이다.
사농공상의 순서대로 대접받던 봉건시대를 거쳐 지금은 바야흐로 돈이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한 세상이다. 대한민국 1%를 위한 자동차를 타고,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주는 아파트에 살고, 귀하에 품격이 느껴지는 정장을
입고, 억대 연봉을 받는 직업을 가지고 있어야만 어른으로 대접받는 세상
이라면 분명히 학교 다닐 때 배웠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 그래야만 어른이
된다면 지금보다 나이가 더 들어 더 보기 힘든 모습을 보게 될까 두렵다.
어른들의 세상에 적응하기에 난 아직 너무 어리고 무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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