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자동차 세일즈맨 이준용]
건강검진
|
아내는 나이를 앞서서 생각하는 나를 이해할 수 없다는 눈치입니다. 이제
겨우 34살인데 왜 벌써부터 40대 아저씨 흉내를 내느냐고(이렇게 말하는
아내는 나보다 한살 어림), 물론 그렇게 된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정신적인 연령이 앞서 있다는 착각 때문입니다. 실제로 앞
선 것이 아니라 그냥 그렇게 믿게 된데에는 가벼워 보이는 사람이 생각이
깊을 수 있고, 점잖아 보이는 사람이 생각이 없을 수 있다는 사실을 예전엔
미처 깨닫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또래들의 유행에 별다른 관심을 갖지 못
하는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나보다 나이 많은 형들이 나와 정신연령이
맞아 어울렸다고 생각했던 것은 정말 착각이었습니다. 난 그저 빨리 어른이
되고싶었던 것 뿐입니다.
모습 자체가 나이 들어 보이는 것도 한가지 이유가 될 것입니다. 여드름
흉터는 뽀송뽀송한 아이 피부를 망쳐놓았고, 학업과 미래, 이성에 대한
호기심, 평온하지만은 않았던 집안풍경, 삶과 죽음, 풀리지 않는 인생에
대한 고민까지 합세해 이마에 주름살은 조금씩 나이 든 아저씨의 찡그리
는 표정을 만들어 나갔습니다. 세미정장보다 정통정장이 근사해 보였고,
떼로 몰려다니는 것이 싫었고, 빨리 어른이 되서 간섭받지 않고 내 맘대로
살고 싶었던게 솔직한 심정이었습니다.
그렇게 되고싶던 아저씨가 되었는데, 정신적인 연령과 육체적인 나이가 딱
맞게 되었는데, 문제는 몸이 예전같지 않다는 점입니다. 배가 자꾸만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며, 쉽게 피로를 느끼며, 심장을 콕콕
찌르는 것 같은 통증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이제 몸은 더 이상 자라지 않고
조금씩 노화되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심심치않게 들리는 아무개 아빠의
불치병 소식은 어지간한 일에는 무덤덤한 가슴도 덜컥 내려 앉게 만듭니다.
'그래 나도 이제 슬슬 건강에 신경을 써야 할 나이지...'
'아내와 아이를 생각해서라도 건강해야지, 아무렴!'
'건강검진을 한번 받아볼까? 그러고보니 꽤 오래됬네.'
'혹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면 어쩌지? 비용도 많이 들텐데...'
다른 돈을 안쓰더라도 종합검진을 한번 받기로 했습니다. 가까운 곳에 종합
병원은 12월초까지 예약이 밀려있어 다음주에 바로 받을 수 있는 병원으로
부부가 함께 예약을 했습니다. 매년 부모님 생신때면 건강검진권을 선물로
드리는 자식들도 있다던데 그러지 못하고 있는 저는 참 부끄럽습니다.
건강하시고, 건강하시고, 또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건강하실 때 건강관리 잘 하시기 바랍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