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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장에 핀 한 송이 꽃 |
이 이야기는 산업재 완성품을 제조 유통하는 모 중소기업의 실제 이야기이다. 그 회사는 그 업종에서는 우리나라에서 1위. 영업본부 직원은 약 40여명 정도인데 한 달 접대비 예산은 약 1,200만원. 하지만 영업사원들이 쓰는 접대비는 항상 예산을 초과하고 있다.
접대비는 거의 다 술값이다. 한 고객사의 구매팀과 구매관련자를 술 접대하는데 200만원에서 많게는 300만원 이상 들어 가는 경우도 있다. 200만원이면 그 회사 대리급 영업사원의 한 달 급여에 해당한다. 한 명의 영업사원이 한 달 내내 일하고 받는 급여에 해당하는 회사 돈이 고작 서너 시간 만에 온데간데 없이 감쪽같이 사라지고 있다.
이런 영업 관행이 그 회사의 구구한 역사적 전통되어 40년 넘게 전해 내려오고 있다. 경쟁이 치열하면 치열할수록 접대비 지출은 늘어난다. 그 회사의 경쟁사인 소규모 개인회사들은 이에 질 세라 술 접대는 기본 사양이고 아예 돈 보따리를 구매팀 실세한테 온갖 교묘한 방법으로 전달한다. 몰론 술 접대 비용보다 훨씬 많은, 상상을 불허하는 액수를 안겨 준다. 그러다 보니 그 회사의 술 접대는 약발이 먹히지 않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그 회사의 영업사원들이 신규 거래처를 개척하고, 기존 거래처의 직원을 관리하기 위해서 술 접대하는 것은 꼭 고객이 요청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술 생각이 나면 고객과 접선(?)을 해서 은근히 분위기를 띄우고 발동을 건다. 고객이 그 미끼를 물면 회사 내부의 의사결정 라인한테 ‘고객이 술 생각난다며 전화가 왔다’며 접대비 지출을 승인해 줄 것을 사전에 요청하기도 한다. 이렇게 고객을 버릇 들여 놓았으니 어떤 고객은 자기네들끼리 술 마시다가도 밤 늦게 영업사원의 휴대폰 번호를 누른다. ‘우리, 2차 갈 껀 데, 당장 와서 술값을 내든지, 못 오겠으면 장부에 달아 놓을 테니 결제를 하라’고.
그 회사는 아예 룸싸롱이나 단란주점을 지정해 놓을 정도이다. 술 대접할 때마다 결제하기 귀찮으니까 한 달에 한 번씩 몰아서 결제하기 편하게 하기 위해서 아주 좋은 협력업체(?)가 된다. 어떤 업소에서는 월말에 결제할 때 ‘볼륨 디스카운트’까지 해준다. 그래도 이 커넥션은 건전한 편이다.
어떤 고객은 아예 자기네 단골 업소에서 접대를 하라고 요구한다. 문제는 그 업소와 고객간의 더티한 블랙 커넥션, 그리고 고객, 고객의 단골 유흥업소, 납품업체 영업사원이 짜고 치는 고스톱판. 그러니까, 납품업체의 영업사원이 와서 결제를 할 술자리의 술값은 정상가격 보다 훨씬 비싸게 청구하도록 사전에 협조(?)가 되어 있다. 그 유흥업소에서는 그 차액을 그 고객한테 현금으로 리베이트해 준다. 그 양심이 시커먼 고객은 용돈이 필요할 때 마다 납품업체 영업사원을 불러 술값을 대신 치르도록 하는 잔꾀가 생긴 것이다. 납품업체의 영업사원과 내부 의사결정자들은 이 사실을 알면서도 술값을 대신 계산해 준다. 세법상 위험부담은 유흥업소에 전가시키고 고객한테는 비자금을 조성해 주는 기가 막힌 우회적 위장전술이다.
그 다음 날 아침이면 그 회사 영업사원들은 고객한테 전화를 하게 된다. 속을 괜찮으신지, 2차(술 자리 이상의 거시기)는 마음에 들었는지…
그런데 그 회사에도 성자(?)는 있다. 체질적으로 술을 못 마시는 영업사원이 한 명 있다. 그 영업사원도 10년을 넘게 그 회사에서 영업을 해 왔지만 술 접대를 해 본 적이 없다. 자신이 술을 못 마시기 때문에 고객한테 술 얘기도 꺼내지 않는다. 고객이 술 접대를 요구해도 단호하게 거절한다. 대신에 그 영업사원은 자신만의 접대 주특기가 있다. 고객사의 구매팀이나 구매 의사결정 관련자에게 여성용 향수나 기초 화장품을 선물하는 것. 그러니까 ‘사모님께 이 선물을 전해 주세요’ 내지는 ‘제가 술 한 잔 같이 못 해드리는 죄송한 마음으로 고객님께서 사모님께 선물하실 수 있는 것을 제가 선물합니다’라는 식. 화장품 선물 가격대는 대략 30만원 선으로 술 접대에 비하면 새 발의 피인 셈이다.
자기가 직접 선물하는 것처럼 하든지, 거래처 영업사원이 선물하는 거라고 하면서 자기 부인한테 화장품을 줄 때 그 부인의 반응은 어떨까. 술 접대 받고, 2차(술 자리 이상의 거시기)까지 하고, 밤 늦게 귀가하는 것이 아니라 새벽 일찍 귀가하는 것이 원수 같았는데 이런 접대는 감동의 물결이 파도가 된다. 그 고객은 그날 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밥상에서 자기 부인한테 어떤 서비스를 받았을지는 누구라도 충분히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다음날 아침이면 이 영업사원은 그 고객한테 전화를 받게 된다, ‘너무 고마운 선물이었다고.
이 영업사원의 실적은 술 접대에 능한 영업사원들 하고 비교 했을 때 거의 차이가 없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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