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여왕과 자동차왕이 만났다. “우린 ‘상품’이 아닌 ‘진실’을 판다”고 믿는 두 사람은 수십만 세일즈우먼(맨)들에겐 오랜 스타다.
“보험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세요? 차는 보이는 것을 팔잖아요. 보험은 안 보이는 것을 팔아야 해요.”(장순애·張順愛·48·대한생명 보험여왕)
“어데예. 대형차도 보험 못잖십니더. 승용차는 쇼윈도도 있고 들어와 만져볼 수도 있지만, 대형차는 그냥 입으로만 설명해야 합니더.”(채수형·蔡洙炯·44·현대자동차 판매왕)
두 사람은 평범한 외모로 비범한 정신을 감춘 ‘왕(王)’들이다. 열띤 대화 끝에 나란히 포즈를 취했는데, 사진 찍는 모습이 남매 같다. 남들은 평생 한 번 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 같은 일이지만, 이 왕들은 ‘장기 독재’를 풀지 않고 있다.
상큼한 인상의 채수형씨는 입사 첫해인 1992년 신인왕, 1993~2004년까지 대형차 전국 판매왕을 차지했다. 자세히 말하면, 대형차 부문 11년 연속 판매왕이며, 2003·2004년에는 전사(全社) 차원에서 뽑은 부문별 판매왕 15명 중 다시 1위를 차지, 왕중왕(王中王)이 됐다.
이에 질세라, 투피스 치마가 잘 어울리는 장순애씨도 해마다 쓰는 왕관으로 머리가 무겁다. 1998년 입사하자마자 신인여왕, 그리고 2000·2001·2003·2004년 보험여왕을 차지했으며, 특히 2001년에는 보험여왕·리크루팅왕·팀장왕 등 3관왕에 오르기도 했다.
“남들이 내 머리를 컴퓨터라 했어요. 고정 고객이 300여 명쯤 됐을 때는 그분들의 주민등록번호와 계좌번호를 다 외웠지요. 생일·가족관계는 기본이고요. 이름만 들으면 숫자 25개가 줄줄 나왔어요. 나중에는 250명선에서 잘랐어요. 관리 못하는 것은 못하겠더라고요.”(장)
“저는 군에서 작전병 출신입니더. 무전기 감을 잘 알지요. 어떤 고객은 느닷없이 전화해서 ‘내가 낸데, 내 차 언제 나오노?’ 하고 묻는 겁니더. 제가 예약한 차만 300~400대인데 어떻게 합니꺼. 고객 목소리의 특징을 꼼꼼히 메모했다가, 금세 알아차려야 합니더. 500명까지는 그렇게 모든 걸 알았는데, 500명이 넘었을 때부터는 힘들어서 DB 관리합니더.”(채)
두 ‘왕’은 말을 잘 한다는 특징이 있었다. 청산유수라기보다는, 마음을 담아서 말하고 있다는 느낌, 그리고 자분자분 재미있게 이끌어가는 천부적인 능력이 있어 보였다. 오래전부터 수억원대 연봉을 받고 있는 이 왕들에게 외국계 회사들이 군침을 흘리는 것은 당연하다.
“22년 다니던 은행을 관두고 설계사로 나서려 했을 때 삼성·교보·대생에서 제안이 들어왔지요. 일시불로 4억원을 주겠다는 제의도 있었지만, 고객 생각하면 그렇게 못합니다.”(장)
“저도 무슨무슨 코리아 붙은 외국차 회사에서 오라고 밤낮 손짓입니더. 제가 관리하는 고객이 4900여명인데, 그분들을 배신하고 갈 순 없었십니더.”(채)
삼형제 중 맏이인 채수형씨는 진주 대동기계공고를 졸업하고, 마산 경남대 기계공학과 2학년을 다니다 군 제대 후 모 중소기업을 거쳐 이 길로 들어섰다. 1남6녀 중 둘째 딸인 장순애씨는 논산여고를 졸업하고 바로 상업은행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대생에 가기 5년 전부터 보험설계사를 생각하고, 기사스크랩도 했습니다. 그때 내 봉급이 170만원인데, 삼성의 같은 또래 설계사는 400여만원을 받아가더라고요. 은행 섭외계에 근무하면서 내게도 끼가 있다는 걸 발견하고, 보험 마케팅 책만 36권을 읽었습니다.”(장)
“어휴, 장 팀장님은 ‘준비된 여왕’이셨네예. 저는 전혀 영업을 몰랐습니더. 가계수표도, 당좌수표도 몰랐습니더. 학연·지연·혈연 전혀 없는 울산에서 시작했고요. 선배가 쓴 책도 없었습니더. 맨땅에 헤딩해서 마치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듯 했습니더.”(채)
왕은 왕을 알아보는가…. 화제가 바뀔 때마다 두 사람은 금세 맞장구를 쳤다. “계약이 수월했던 고객보다 속 썩였던 고객이 오래간다”든지, 또 “어떤 경우든 진실은 통한다”는 생각도 두 사람이 똑같았다.
장씨는 고객과 같이 울 때가 많다. “상품 소개를 위한 사례용 동영상을 보면서 같이 울고, 성공한 고객이 빌딩을 새로 샀을 때도 옛 고생을 같이 되새기며 웁니다.” 채씨는 와이셔츠 바람으로 대형차 밑에 드러누워 고객과 대화를 나눈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처음에는 쇼맨십으로 기름을 찍어 코에 발랐지만, 지금은 진심으로 얼굴에 얼룩이 묻습니더.”
“출근할 때는 간하고 쓸개를 빼서 소금에 절여놓고 퇴근할 때 다시 씻어 뱃속에 넣는다”(채)는 말은 프로로서 이 일에 성공하기 위한 다짐이다. 보험 자체를 헐뜯는 사람을 만나면 “건강한 출산(계약 성사)을 위해 ‘입덧’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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