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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한국 샐러리맨 우즈벡 경공업성 차관 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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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리맨 |
우즈벡 투자 유치 위해 고국 찾은 김태봉씨
“실례지만 ‘우리나라’라면 어느 나라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최근 정부 과천청사 산업자원부 회의실에서는 한국 사람들끼리 한국·우즈베키스탄(이하 우즈벡) 양국 간 산업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산자부 공무원들은 우즈벡 경공업성(한국의 산자부) 차관이 말할 때마다 이 같은 질문을 되풀이해야 했다. 한국인 최초로 우즈벡 경공업성 차관으로 임명된 김태봉 (金泰鳳·43)씨 때문이었다. 최근 우즈벡의 투자 유치를 위해 고국을 찾은 김씨는 한국에서 직장까지 다니다 그곳으로 건너가 성공신화를 일군 사람으로 더욱 주목받았다.
김 차관은 지난 94년까지만 해도 서울 도심의 직장으로 출퇴근하는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다. 영국계 은행의 서울지점에서 기업 분석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다. “영국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고 돌아와 법대 교수가 되는 게 꿈이었습니다. 그런데 은행측이 영국 유학을 보내준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어요.”
그는 고민 끝에 회사를 그만뒀다. 무작정 떠나겠다고 생각하고 6개월 동안 유학 준비를 했다. 하지만 문제는 돈이었다. 모아둔 돈은 아들과 딸의 분유와 기저귀값으로 사라졌다. 가장으로서 책무를 다해야 했던 그는 다시 취업전선에 나섰다.
당시 삼성전관과 갑을방적 두 회사가 김 차관에게 입사를 제의했다. 그는 중앙아시아에서 근무할 수 있다는 조건 때문에 갑을방적을 선택했다고 한다. 김 차관은 “무조건 우리나라를 떠나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지난 95년 갑을방적 우즈벡법인 지점장 자격으로 타슈켄트로 날아갔다. 아내와 아이들도 함께였다. 현지에서 만난 한국인들은 이구동성으로 “못 올 데 왔다”고들 했다. 공산품이 부족한 우즈벡에서는 애들 기저귀조차 제대로 구할 수 없었다.
그러나 김 차관은 우즈벡에서의 하루하루가 재밌고 신났다. 그는 “모든 게 생각하기 나름인데, 해외에 나와 있다고 월급도 두 배로 주고 러시아어 공부도 시켜주고 좋았다”고 말했다.
우즈벡 내 정·관계 인사들과 안면을 넓혀 나갔다. 지난 2년간 5000만달러 규모의 외자 유치를 성사시키기도 했다. 그의 능력을 눈여겨본 카리모프 우즈벡 대통령은 ‘외국인은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는 자국 법률에 예외 규정을 만들면서 ‘스카우트’했다. 그만큼 김 차관의 실력을 인정한 것이었다.
25일 한국을 떠나는 그는 “일정이 바빠 부산에 계신 부모님을 못 뵙고 떠나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 글=황대진기자 djhwang@chosun.com )
( 사진=황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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