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물건 대신 이벤트를 팔아라 |
| 작성자 |
한은정 |
물건 대신 이벤트를 팔아라
가전제품 140억어치 판 '판매여왕' 백숙현씨
조선일보 2003년 08월 12일(화) 14:25
***************************************************************************************** 옛날 말로 ‘마담 뚜’에다 레크리에이션 강사, 경영 컨설턴트와 인생 상담사를 전부 합친 사람이 있다면 누굴까. 정답은 대우 일렉트로닉스 특판사업본부장 백숙현(43)씨다. 그는 1988년 대우전자에 입사, 지난 12년간 140억원어치의 가전 제품을 팔아치운 ‘판매 여왕’. 그만의 마케팅 노하우를 전수받고자 전국에서 백씨를 부르는 강연 요청이 끊이지 않는다. 마케팅 명강사로 소문난 그는 “고객들을 만나, 대놓고 ‘물건 사달라’고 얘기하지 않는 것이 첫째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제품을 팔 수 있는가. 따져묻기도 전에, 그는 “사람들이 가전 제품이 필요할 때 내 이름을 떠올릴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백씨는 3만명의 나이·주소·전화번호·직업이 담긴 명단을 갖고 있다. 어떤 고객은 좋아하는 이성상까지 빼곡하게 적어 놓았다. 그는 “본인들이 필요한 게 있을 때만 자세한 신상 정보를 건네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지난 1988년부터 전국의 기업들을 돌며 3000회 넘게 강연을 했다는 그는 “내 경험만 들려줘도 2시간짜리 강연은 너끈하다”고 했다.
◆ 물건 대신 이벤트를 팔아라
강연에 나선 백숙현씨가 유독 강조하는 말이 있다. “먼저 고객에게 원하는 것을 줘야, 고객도 내 제품을 사준다”는 것이다. 백씨의 생각에 고객이 원하는 것은 고객의 눈 높이에 맞춘 ‘이벤트’다. 그녀는 유치원 원장을 찾아다니며 “유치원생들을 데리고 대우전자 공장에 견학 가자”고 설득했다고 한다. 백씨는 유치원생들을 위해 전문 레크리에이션 강사를 대동하고 버스까지 대절해 ‘유치원 소풍’에 나섰다. 백씨는 “홍보에 들이는 돈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발품’과 ‘아이디어’였다. 버스 대절비도 유치원에서 받았고, 대우 본사에선 공장 견학을 오히려 환영했다. 3~4명의 유치원 교사가 원생 50~60여명과 학부모들까지 함께 신경쓰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다는 데서 이같은 아이디어를 착안했던 것. 백씨와 함께 견학을 다녀온 유치원은 냉장고나 에어컨을 바꿀 때 자연스럽게 백씨에게 전화를 걸어왔고, 다른 유치원까지 소개해주기도 했다. 백씨는 강연에서 늘 “물건을 팔려고만 하지 말고 먼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라”고 말한다.
◆ 공략할 곳의 특성을 파악하라
1990년대 초 백씨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상권을 “뚫을” 때 일이다. 그녀는 일부러 경차인 티코를 타고 다녔다고 한다. 번지르르한 대형차를 타고 다니면 ‘수위’들에게 오히려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기 때문. 그녀는 “영업사원의 상식은, 상권의 특성을 파악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비까번쩍한 건물을 지키는 수위 중에 정작 여의도 부촌(富村)에 사는 사람은 별로 없다”며 “우선 ‘문’을 지키는 사람에게 친근감을 줘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5000원짜리 면바지를 입고 여의도 건물 숲 사이를 누볐다. 식당에 들어가 마늘도 깎아주고 서빙을 돕기도 안면을 터 나갔다. 차림은 허름했지만 백씨는 고객을 잡기 위해선 자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당시 300만원 넘던 휴대폰도 구입했다. ‘특별한’ 자리를 위해 차 안에는 항상 최고급 한복과 정장을 넣어뒀다. 백씨는 “그야말로 ‘물건 팔러’가 아니라 ‘사람 만나러’ 다녔다”며 “공략할 상권의 특성에 최대한 맞추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일
그는 우스갯소리로 스스로를 ‘원조’ 결혼정보 회사라고 불렀다. 그가 지금까지 ‘연결’해 결혼한 부부가 100쌍이 넘는다고 했다. 알음알음으로 소개해주기도 하지만 한번에 54쌍을 모아놓고 공식 미팅 이벤트를 벌인 적도 있다. 이벤트에 필요한 김밥은 자신의 고객에게 주문하고, 버스도 고객의 회사에서 빌렸다. 백씨 스스로가 고객들의 ‘고객’이 됐던 셈. 그는 무엇을 판매하건 간에 영업사원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일”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그는 “한번 신뢰를 쌓아두면 그 신뢰가 고리가 되어 사람들을 이어주고, 그쯤 되면 영업은 의외로 쉽게 풀린다”고 말했다. 지난 1987년 9월 그는 만삭의 몸으로 1억원 돌파라는 실적을 올렸다. 그 때 그는 다니던 산부인과의 간호사에게까지 가전제품을 팔았다. 그는 “사람 만나는 일을 즐기고, 일을 즐겼을 뿐”이라고 했다. 백씨는 “하루에 ‘얼마를 팔 것인가’가 아니라 하루에 ‘몇명을 만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면 영업사원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민선기자 sunrise@chosun.com]
http://www.KowayM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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