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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등 거대기업 한국서 고전 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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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량 |
2003년06월22일 17:14
델컴퓨터 월마트 노키아는 각각 자신의 분야에서 세계 1등 기업이다.
그러나 이들 기업에 공통점이 또 하나 있다.
세계에서는 1등 기업이 지만 한국에서는 그 이름 값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름만 들어도 금방 알 수 있는 세계 1등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서는 어째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일까. 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 의 현지화 전략에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세계 1위 월마트, 한국에선 5위■ 할인점 월마트는 지난해 매출액이 2445억달러(약 293조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기업이지만 월마트코리아는 성적이 그리 신통치 않다.
국내에는 98년 네덜란드계 할인점 마크로를 인수하면서 첫 발을 들여 놓았고 현재 전국에 15개 할인점 점포를 운영중이다.
그러나 지난해 매출액(총판매액 기준)이 8000억원 선에 그쳐 국내 할 인점 업계 5위에 불과하다.
토종 할인점으로 국내 수위업체인 신세계 이마트는 지난해 51개 점포에서 5조6000억원 매출을 올렸다.
1개 점 포당 매출도 월마트가 533억원으로 이마트 1096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 업계 3위인 프랑스계 할인점 까르푸(25개 점포, 지난해 총매출 1조 7000억원)에 비해서도 점포당 매출이 21% 정도 적다.
이처럼 월마트가 고전하는 가장 큰 이유로 전문가들은 현지화(locali zation)에 실패한 점을 꼽고 있다 박진 LG투자증권 유통담당 애널리스트는 "나라마다 유통시장이나 소 비자 특징이 많이 다른데 월마트는 미국 본토식 경영을 고집하다 보 니 제대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월마트는 미국형 할인점처럼 도심보다는 외곽지역에 주로 점포를 두 고 있는데 자동차로 먼 곳까지 쇼핑하러 가기를 꺼려하는 국내 소비 자 취향에 별로 맞지 않다는 것이다.
국내 할인점 2위인 삼성테스코홈플러스가 삼성 출신 인사를 최고경영 자(CEO)로 영입하는 등 철저히 한국식으로 경영하는 데 비해 월마트 코리아는 레니 망 사장을 비롯해 핵심 경영진이 대부분 외국인이다.
그만큼 의사결정에 시간에 걸리다 보니 할인점 경쟁력의 핵심인 점포 용지 확보 경쟁에서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경쟁업체에 크게 뒤처졌다.
올해에도 마땅한 땅을 확보하지 못해 새로 출점할 점포가 한 곳도 없다.
월마트는 세계에서 가장 생산원가가 싼 곳을 찾아 물건을 생산한 뒤 세계 10개국 매장에 납품하기 때문에 공산품에서는 상당한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국내 소비자들이 할인점에서 가장 많이 구입하는 생식품 은 이 같은 글로벌 소싱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런 강점을 제대로 살 리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서 맥 못추는 '델 신화'■ 경기침체기에 더 잘 나간다는 델컴퓨터는 지난 1분기 전세계에 582만 8400대 PC를 판매하고 점유율 16.9%를 뽐낸 세계 1위 PC업체다.
그러 나 델컴퓨터코리아는 한국에서는 작아진다.
지난 1분기 국내시장에서는 데스크톱과 노트북 점유율이 각각 0.8%, 1.4%에 머물러 있고, 델이 집중 공략한다는 기업용 서버 시장에서 점 유율 8%로 겨우 4위에 올랐다.
델은 96년 한국에 첫 진출한 이래 지사장이 7번이나 바뀌는 등 한국 에서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데다 국내 소비자 요구보다는 자신들의 정책을 고수하는데 주력해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지적받고 있다.
델 컴퓨터 구매자는 "저렴하다고 광고하는 컴퓨터의 기본사양이 국내 선호와 맞지 않아 부품을 구매해 바꿔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메모리 가격이 시중가보다 두 배나 돼 결국 다른 제품과 비교해 가격메리트 를 모르겠다"고 말한다.
소비자는 컴퓨터를 직접 만져보고 사고 싶지만 미국이나 일본에 있는 제품 전시관이 한국에만 없다.
델은 개인 소비자들은 아예 배제한다 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델은 글로벌 전략에 따라 한국어 웹사이트도 싱가포르 아태본부에서 관리해 부품 가격 등이 신속하게 업데이트되지 않거나 부품을 주문할 때 3~4주 기다리는 경우도 있는 데다 제품 사후서비스(AS)를 하는 업 체와 손발이 안 맞아 고객 원성을 사는 일도 잦다.
■야후도 한국에선 '넘버3'■ 세계 1위 포털 야후도 한국에서는 NHN 다음 등 토종업체에 밀린 '넘 버3' 신세다.
야후는 97년 진출한 이래 안정적인 경영구조로 국내 포털업계에서 입 지를 강화해 왔으나 국내 소비자들의 급변하는 요구에 발빠르게 대응 하지 못해 1위 자리를 넘보지 못하고 있다.
사업전략을 신속하게 결정해야 하지만 외국계 기업이다 보니 본사 승 인을 받는 절차를 거치면서 자칫 중요한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많 다.
최근 NHN과 다음이 일제히 영화와 TV광고로 마케팅 공세에 나섰지만 야후코리아는 본사의 꼼꼼한 검토와 승인을 거치다 보니 올 하반기에 야 홍보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수 있게 됐다.
■손든 휴대폰 세계 1위 노키아■ 세계 1위 휴대전화업체 노키아도 한국 시장에서 손을 들었다.
한국의 휴대전화 표준인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에 뒤늦게 뛰어 들었던 노키아는 지난해 말 한국 내수시장용 CDMA 단말기 사업을 총 괄하는 서울 연구개발(R&D)센터를 폐쇄해 사실상 한국 영업을 접었다 . 업계에서는 세계적 업체 노키아가 마산 공장에서 연 3000만~4000만대 휴대폰을 생산해 24억달러를 수출하지만, 정형화된 노키아식 제품이 한국시장에도 먹힐 것이란 안이한 생각을 가진 데다 판매 후 관리에 도 허점을 보여 결국 실패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설진훈 기자 / 이한나 기자 / 이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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