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술집마담의 프로모션 전략
룸살롱 마담에게 마케팅을 배웠다면 우스운 일일까?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 중에 반드시 스승이 있다는 공자님의 말씀이나, 어린아이에게서도 배울 것이 있다는 옛 성현들의 고사를 살펴본다면 생활 속의 마케팅은 차라리 그들 가까이에 있을지도 모른다. 치열한 생존을 위해 피어난 마케팅 전략. 그것이야 말로 생활 속의 마케팅이 아닐는지..
마포는 여러 모로 재미있는 동네다. 옛 마포나루의 번성함을 기억이라도 하듯 맛좋기로 소문난 음식점들이 몰려있는가 하면, 마포밸리라고 불리는 벤처타운도 형성되어 있으며 강변을 따라 펼쳐진 고층 아파트도 볼만한 풍경이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풍경중의 하나는 옛 가든호텔(지금의 홀리데이 인 서울)을 중심으로 펼쳐진 수 많은 룸살롱 간판들이다. 마포에서 일하는 내게는 익숙한 풍경이지만 아마도 늦은 밤 마포를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은 현란한 네온사인에 눈이 휘둥그레질 것이다.
그런 마포의 중심에 위치한 고려빌딩이 바로 내가 근무하는 곳이다. 마포의 그 자자한(?) 명성을 반증이라도 하는 듯 우리 건물 지하에만도 5개가 넘는 클럽(?)들이 상주하고 있다. 뜨거운 밤(?)을 준비라도 하는 듯 낮에는 조용하기만 한 그들에게서 마케팅을 배운 것은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여름 어느 날이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여름 어느 날, 시끄러운 에어콘 소리에 모든 직원은 잔뜩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그 때, 사무실 문이 슬며시 열리며 웬 낯선 아주머니(아주머니라고 하기에는 조금 젊었다. 마담이었으니 당연할 테지만) 한 분이 고개를 내밀었다. 오른쪽 팔뚝에 목욕바구니 비슷한 것을 거신 그 분은 아주 상냥한 말투로 모든 직원들에게 요쿠르트를 건내기 시작했다. 마침 짜증도 몰려오고 해서 시원한 음료수가 그리웠던 터였다. 반갑게 요쿠르트를 집어 든 순간, 요쿠르트 전면을 감싸고 있는 스티커의 글자가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룸클럽, 02-***-****, 팁 3만원]
아뿔사, 룸살롱 마담이 영업을 나왔구나 라는 생각이 순간 스쳤다. 나와 비슷한 순간에 모든 직원의 시선은 책상과 모니터를 향했고 다시 고개를 출구 쪽으로 돌렸을 때, 마담은 돌아가고 난 후였다.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 나는 요쿠르트 껍데기를 바라보며 비웃음이 가득한 표정으로 생각했다.
"요쿠르트는 먹고 버리면 그만인데, 기왕이면 돈을 조금 더 들여서 다른 판촉물을 사용하면 안되나? 판촉을 전혀 모르는 마담이구만. 이래서 장사나 제대로 될는지 모르겠군."
그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다시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하루는 빨리도 지나갔다. 그리고 다음 날, 어머나? 그 마담이 같은 시간 다시 그 요쿠르트 바구니를 들고 사무실을 찾았다. 그리고 어제와 똑같은 방법으로 얼굴에 가득 미소를 띄운 채, 요쿠르트를 나눠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또 다음날, 또 다음날.. **클럽 마담은 이제 우리 사무실을 제 집 드나들 듯 요쿠르트를 나누어 주고 있었다. 직원들도 이제는 11:00시가 가까워 오면 마담의 요쿠르트를 기다리는 눈치였다. 그렇게 보름 정도가 흘렀다.
갑자기 마담의 요쿠르트 공급이 중단되었다. 모두가 궁금해 하였지만 겉으로 내색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전화번호가 적혀 있는 요쿠르트통은 모두 쓰레기통으로 들어가 버렸으니, 무슨 일인지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데 그 때, 우리 소장님께서 간밤에 술을 거하게 하셨는지 초췌한 얼굴로 사무실로 들어오셨다. 그리고 그 날 점심은 당연히 해장국으로 정해졌고, 모두가 해장국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그 때, 누군가가 그 마담의 이야기를 꺼냈고 점심식사의 주제는 그 마담에 대한 토론으로 분분했다. 그 때, 우리 소장님 왈.
"그래서.. 내가 어제 거기 갔었거든. 친구 녀석이 찾아 왔는데, 마침 그 요쿠르트 생각이 나더라구.. 그래서.."
아뿔사!!
뭔가로 크게 한 방 맞은 느낌이 번쩍 들었다. 15일간의 요쿠르트 값을 전부 환산해도 단 돈 3만원. 그리고 우리 소장님이 하룻밤 술값으로 쓰신 돈은? 오호 통재라.. 요쿠르트를 처음 얻어먹던 날 비웃음으로 가득했던 나의 표정이 순식간에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래.. 그래.. 난 아직 멀었구나. 세상은 넓고도 험하고 배울 것은 너무나 많구나. 그렇게 2001년의 여름은 나에게 큰 도전을 안겨주었다.
그러면 우리가 그 마담에게서 배울 수 있는 점은 무엇일까?
1) 저비용 고효율 프로모션 : 개당 300원짜리 요쿠르트는 아마 가장 저렴한 판촉물일 것이다. 하지만 그 효과는 마담의 미소가 곁들여져 최고의 효율을 가져왔다. 서비스는 위대한 판촉전략이다. 서비스에 인색한 판촉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2) 저비용 다빈도 노출전략 : 아마 마담도 그 전에는 다양한 판촉물을 사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자 생존차원에서 생각해낸 아이디어가 저렴한 요쿠르트를 통해 발품을 파는 다빈도 노출전략이었을 것이다. 솔직히 누가 룸살롱에서 시계를 준다 한들 책상에 자랑스럽게 놓아두겠는가?
3) 차별화 전략 : 그 당시만 해도 룸살롱 마케팅계(?)에서 최고로 각광받는(물론 지금까지도) 마케팅기법은 스포츠신문이었다. 하지만 그 마담은 차별화 전략을 택함으로써 자신만의 브랜드 인지도 확보에 성공했다.
4) 집중화 전략 : 그 마담은 일정한 시간에 한 회사만을 집중 공략했다. 요쿠르트를 나누어 주는 시간은 기껏해야 10여 분. 그리고 일정한 시간에 지속적인 노출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반복효과를 통한 기대감을 형성하게 만들었다. 나도 일주일이 지났을 무렵부터는 요쿠르트를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아무튼, 난 지금도 생활 속의 마케팅을 신봉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관찰과 배움의 정신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그것이 소비자를 신봉하는 마케터의 귀중한 정신이 아닐까? 마케터들이여! 자만심을 버려라! 세상은 넓고 훌륭한 마케터는 생활 속에 너무나도 많이 숨어 있으니 말이다.
술집은 술만 먹는 곳이 아니다. 배움의 장이다. 太浪 김우정
Name :: 김우정 (2002-06-04 12:06:20, Hit : 856, Vote : 11)
Homepage ::
http://www.lutain.com
룸살롱 마담에게 마케팅을 배웠다면 우스운 일일까?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 중에 반드시 스승이 있다는 공자님의 말씀이나, 어린아이에게서도 배울 것이 있다는 옛 성현들의 고사를 살펴본다면 생활 속의 마케팅은 차라리 그들 가까이에 있을지도 모른다. 치열한 생존을 위해 피어난 마케팅 전략. 그것이야 말로 생활 속의 마케팅이 아닐는지..
마포는 여러 모로 재미있는 동네다. 옛 마포나루의 번성함을 기억이라도 하듯 맛좋기로 소문난 음식점들이 몰려있는가 하면, 마포밸리라고 불리는 벤처타운도 형성되어 있으며 강변을 따라 펼쳐진 고층 아파트도 볼만한 풍경이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풍경중의 하나는 옛 가든호텔(지금의 홀리데이 인 서울)을 중심으로 펼쳐진 수 많은 룸살롱 간판들이다. 마포에서 일하는 내게는 익숙한 풍경이지만 아마도 늦은 밤 마포를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은 현란한 네온사인에 눈이 휘둥그레질 것이다.
그런 마포의 중심에 위치한 고려빌딩이 바로 내가 근무하는 곳이다. 마포의 그 자자한(?) 명성을 반증이라도 하는 듯 우리 건물 지하에만도 5개가 넘는 클럽(?)들이 상주하고 있다. 뜨거운 밤(?)을 준비라도 하는 듯 낮에는 조용하기만 한 그들에게서 마케팅을 배운 것은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여름 어느 날이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여름 어느 날, 시끄러운 에어콘 소리에 모든 직원은 잔뜩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그 때, 사무실 문이 슬며시 열리며 웬 낯선 아주머니(아주머니라고 하기에는 조금 젊었다. 마담이었으니 당연할 테지만) 한 분이 고개를 내밀었다. 오른쪽 팔뚝에 목욕바구니 비슷한 것을 거신 그 분은 아주 상냥한 말투로 모든 직원들에게 요쿠르트를 건내기 시작했다. 마침 짜증도 몰려오고 해서 시원한 음료수가 그리웠던 터였다. 반갑게 요쿠르트를 집어 든 순간, 요쿠르트 전면을 감싸고 있는 스티커의 글자가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룸클럽, 02-***-****, 팁 3만원]
아뿔사, 룸살롱 마담이 영업을 나왔구나 라는 생각이 순간 스쳤다. 나와 비슷한 순간에 모든 직원의 시선은 책상과 모니터를 향했고 다시 고개를 출구 쪽으로 돌렸을 때, 마담은 돌아가고 난 후였다.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 나는 요쿠르트 껍데기를 바라보며 비웃음이 가득한 표정으로 생각했다.
"요쿠르트는 먹고 버리면 그만인데, 기왕이면 돈을 조금 더 들여서 다른 판촉물을 사용하면 안되나? 판촉을 전혀 모르는 마담이구만. 이래서 장사나 제대로 될는지 모르겠군."
그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다시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하루는 빨리도 지나갔다. 그리고 다음 날, 어머나? 그 마담이 같은 시간 다시 그 요쿠르트 바구니를 들고 사무실을 찾았다. 그리고 어제와 똑같은 방법으로 얼굴에 가득 미소를 띄운 채, 요쿠르트를 나눠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또 다음날, 또 다음날.. **클럽 마담은 이제 우리 사무실을 제 집 드나들 듯 요쿠르트를 나누어 주고 있었다. 직원들도 이제는 11:00시가 가까워 오면 마담의 요쿠르트를 기다리는 눈치였다. 그렇게 보름 정도가 흘렀다.
갑자기 마담의 요쿠르트 공급이 중단되었다. 모두가 궁금해 하였지만 겉으로 내색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전화번호가 적혀 있는 요쿠르트통은 모두 쓰레기통으로 들어가 버렸으니, 무슨 일인지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데 그 때, 우리 소장님께서 간밤에 술을 거하게 하셨는지 초췌한 얼굴로 사무실로 들어오셨다. 그리고 그 날 점심은 당연히 해장국으로 정해졌고, 모두가 해장국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그 때, 누군가가 그 마담의 이야기를 꺼냈고 점심식사의 주제는 그 마담에 대한 토론으로 분분했다. 그 때, 우리 소장님 왈.
"그래서.. 내가 어제 거기 갔었거든. 친구 녀석이 찾아 왔는데, 마침 그 요쿠르트 생각이 나더라구.. 그래서.."
아뿔사!!
뭔가로 크게 한 방 맞은 느낌이 번쩍 들었다. 15일간의 요쿠르트 값을 전부 환산해도 단 돈 3만원. 그리고 우리 소장님이 하룻밤 술값으로 쓰신 돈은? 오호 통재라.. 요쿠르트를 처음 얻어먹던 날 비웃음으로 가득했던 나의 표정이 순식간에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래.. 그래.. 난 아직 멀었구나. 세상은 넓고도 험하고 배울 것은 너무나 많구나. 그렇게 2001년의 여름은 나에게 큰 도전을 안겨주었다.
그러면 우리가 그 마담에게서 배울 수 있는 점은 무엇일까?
1) 저비용 고효율 프로모션 : 개당 300원짜리 요쿠르트는 아마 가장 저렴한 판촉물일 것이다. 하지만 그 효과는 마담의 미소가 곁들여져 최고의 효율을 가져왔다. 서비스는 위대한 판촉전략이다. 서비스에 인색한 판촉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2) 저비용 다빈도 노출전략 : 아마 마담도 그 전에는 다양한 판촉물을 사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자 생존차원에서 생각해낸 아이디어가 저렴한 요쿠르트를 통해 발품을 파는 다빈도 노출전략이었을 것이다. 솔직히 누가 룸살롱에서 시계를 준다 한들 책상에 자랑스럽게 놓아두겠는가?
3) 차별화 전략 : 그 당시만 해도 룸살롱 마케팅계(?)에서 최고로 각광받는(물론 지금까지도) 마케팅기법은 스포츠신문이었다. 하지만 그 마담은 차별화 전략을 택함으로써 자신만의 브랜드 인지도 확보에 성공했다.
4) 집중화 전략 : 그 마담은 일정한 시간에 한 회사만을 집중 공략했다. 요쿠르트를 나누어 주는 시간은 기껏해야 10여 분. 그리고 일정한 시간에 지속적인 노출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반복효과를 통한 기대감을 형성하게 만들었다. 나도 일주일이 지났을 무렵부터는 요쿠르트를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아무튼, 난 지금도 생활 속의 마케팅을 신봉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관찰과 배움의 정신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그것이 소비자를 신봉하는 마케터의 귀중한 정신이 아닐까? 마케터들이여! 자만심을 버려라! 세상은 넓고 훌륭한 마케터는 생활 속에 너무나도 많이 숨어 있으니 말이다.
술집은 술만 먹는 곳이 아니다. 배움의 장이다. 太浪 김우정
꼭 놀러와^^ http://www.luta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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