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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도가 외동딸 막걸리와 사랑에 빠지다" |
| 작성자 |
주종불사 |
[인터뷰] 배혜정 배혜정누룩도가 대표
[머니투데이] 국내 위스키 소비량이 날로 증가하면서 세계 시장에서 상위권으로 진입하는 사이 점차 잊혀져가는 탁주를 고급화해 우리 술을 지키기겠다고 팔을 걷어 부친 배혜정누룩도가의 배혜정(47) 사장.
양조장을 운영하는 아버지 덕분에 한 평생을 술과 함께 살아온 배 사장은 이제 술이 자신의 일부분이며, 운명으로 느껴진다고 말한다.
배 사장의 아버지는 전통주 연구와 새로운 양조기술 개발에 평생을 바치며 89년 백세주를 개발, 주류시장을 흔들어놨던 배상면 국순당 회장이다. 국순당과 배상면주가를 오빠 배중호 사장과 남동생 배영호 사장이 맡아 주류시장의 명실상부한 브랜드로 키운데 이어 배 사장도 고급탁주 개발에 나섰으니 마침내 전통주 개발로 일가를 이룬 셈이다.
# 고급화
"부자가 되고 싶어서 `부자`를 만든 것은 결코 아닙니다. 누군가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남의 것만 먹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일에 대한 애착을 갖게 됐어요."
엄연한 전통주인 탁주가 이미 제사나 차례를 지낼 때나 쓰는 술, 나이 지긋한 어른들이나 가끔 들며 목을 축이는 술로 멀어져가는 데 대해 배 사장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세련되지 못하다는 이유로 탁주가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면서 탁주 제조업계는 극심한 가격경쟁으로 도산하거나 영세 기업으로 겨우 명맥을 이어가는 실정이라는 지적이다.
98년 국순당 연구소에서 균배양과 양조기술을 연수받은 후 배 사장이 한국효소를 설립, 누룩 생산에 본격 뛰어든 배 사장이 탁주를 현대인의 감각에 맞게 개량, 고급화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것은 `우리 것`에 대한 남다른 애착 때문이었다.
탁주 고급화를 위해 배 사장은 원료부터 차별화했다. 값싼 중국쌀을 주원료로 하는 대부분의 탁주 제조업체와 달리 경기도에서 재배한 국산 쌀만을 이용했다. 막걸리 특유의 텁텁한 맛을 줄이기 위해 우유를 가공할 때 쓰는 균질 기계를 도입, 맑고 부드러운 맛을 배가했다.
아버지 배 회장이 그려준 밑그림을 토대로 수차례를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원하는 맛을 얻은 배 사장은 이름을 `부자`라고 지었다. 탁주가 1935년 경성의 부자들이 즐겨 마시던 술이라는 점에 착안한 것.
# 일본 시장으로
지난 2001년 부자를 생산, 탁주 고급화의 목표를 달성한 배 사장은 시장에 제품을 내놓는 과정에서 또 다시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
"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하고 대리점 모집에 나서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몰려왔어요. 하지만 회사 경영이나 마케팅에 경험이 없던 터라 대리점에 충분한 지원을 해주지 못했고, 시장에 고급 탁주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했기 때문에 영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어요."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자고 결심한 배 사장은 대리점 영업을 접고 직판에 나섰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고급 음식점과 골프장, 호텔로 직판에 나서면서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고, 특히 술이 입맛에 맞은 일본 관광객이 제품을 사들고 귀국하면서 자연스레 일본 시장에 수출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지난해 일본과 대만 시장으로 수출을 시작한데 이어 올해 일본 동경식품박람회에 참가했을 때도 좋은 반응을 얻었어요. 새롭게 시장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국내 판매나 수출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내년부터는 국내외 시장에서 탁주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 전통으로 고부가가치 창출
사양산업의 길로 접어든 탁주를 혼자 힘으로 일으켜 세우려니 적잖게 외로움을 느낀다는 배 사장은 경영이나 양조 기술을 연구하는 자신에게서 아버지인 배 회장의 모습을 발견한다.
대구에서 양조장을 운영하다 사업에 실패하고 상경, 어렵게 생활하던 중에도 배 회장은 전통주 연구를 손에서 떼지 않았다. 누룩을 만들어 주류업계를 몸소 찾아 판매하는 보따리 장사를 하면서 계량누룩을 만드는데 성공해 특허를 취득, 현재 국순당의 모태가 된 한국미생물을 설립한 배 회장이다.
"무슨 일이든 해야겠다고 결심하면 목표를 이룰 때까지 파고드는 집요함이 아버지에게서 이어진 것 같아요. 발을 들여놨다가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그 순간 미련없이 접는 것도 아버지를 닮았죠."
전통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는 배 사장은 새로운 제품을 시장에 내놓기 위해 배 회장과 힘겨운 싸움을 함께 하고 있다. `부자`에 이어 배 사장이 준비한 야심작은 여성 소비자를 겨냥해 탁주와 포도를 접목해 만든 `새색시`다. 제품 개발을 모두 마치고, 하반기 제품 출시를 계획하고 있으나 전통주 제조에 과일을 첨가할 수 없도록 돼 있는 현행법이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해외 주류업체의 압력으로 국내 기업들이 멍들 수밖에 없는 현실은 배 사장을 더 외롭게 한다.
"일본 정부나 국민들이 그들의 전통주 사케를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우리의 현실에 화가 나기도 해요. 하지만 이제 전통주를 만드는 일이 싫든 좋든 필연이라고 믿습니다."
배 사장의 꿈은 자신이 손수 만든 전통주를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 명물로 만드는 것이다. 일가를 이룬 장인정신으로 누룩도가 자체를 볼거리와 먹을거리, 흥밋거리를 가져다주는 기업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것.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실이 중요하다는 배 사장은 폼 잡는 사장이 아니라 항상 현장에서 연구하는 장인이 되겠다고 다짐한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경제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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