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달러 급락의 3가지 이유와 문제점 |
| 작성자 |
제갈량 |
[머니투데이]미국 정부가 외환시장 불개입 원칙을 거듭 밝히고 있는 가운데 달러화 가치가 하락세를 계속하는 이유는 쌍둥이 적자 확대로 인한 미국 경제의 불균형과 미국 경제팀에 대한 불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 정부의 은근한 달러 약세 방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쌍둥이 적자 확대 미국 소비자들은 세계 각국의 상품들을 소비해줌으로써 세계 경제가 성장세를 계속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 견인차 노릇을 했다. 이 때문에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축적돼갔지만 미국은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넘치는 달러 수요로 인한 자본수지 흑자로 이를 메워올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5%를 넘어섰으며 앞으로도 전세계 경제가 미국 의존적인 성장세를 계속한다면 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의 비율은 7%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때문에 모간 스탠리의 글로벌 이코노미스트인 스티븐 로치를 필두로한 적지 않은 이코노미스트들이 이런 외적 불균형이 언제까지나 계속될 수는 없으며 달러 하락으로 인한 경상수지 적자 조정을 통해 불균형 해소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경상수지 적자와 함께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취임 후 적자 전환한 재정도 문제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는 경상수지는 적자였으나 그나마 재정 수지는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미국의 재정은 테러와의 전쟁과 이라크전 수행, 대대적인 감세 정책 등으로 대규모 적자에 직면해있다. 올해 연방 재정 적자 규모는 4000억~5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미국내 저축 불균형을 초래해 경상수지 적자를 6000억달러까지 확대시킬 수 있다.
미국 경제팀에 대한 불신 현재 미국의 경제팀은 공백 상태나 마찬가지다. 부시 행정부의 권력은 백악관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으며 경제정책은 안보와 재선 정책에 밀려 찬밥 신세다. 미국 행정부서 중에서 가장 권한이 큰 부서는 국무부와 국방부이다. 재무부는 폴 오닐 전 장관 재직 시절부터 영향력이 축소돼왔다. 오닐 전 장관은 여러 이슈에 대한 부절적한 발언과 의회와의 원만치 않은 관계 등으로 안팎에서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스노 장관은 의회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사람들은 그를 부시 대통령의 경기 부양책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다니는 영업맨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는다. 그가 부시 행정부내에서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며 정책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거의 없다.
이와함께 부시 행정부의 초기 경제팀이었던 로렌스 린지 백악관 경제수석과 글렌 허바드 백악관 경제자문회의(CEA) 의장도 오닐 전 장관과 비슷한 시기에 사임했다. 하버드대학의 유명한 경제학 교수인 조지 맨큐가 허바드의 뒤를 이었지만 그가 CEA를 이끈 뒤 제일 처음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끈 사건은 업무실이 백악관에서 인근 스타벅스 커피 체인점 부근 어딘가로 옮겨졌다는 소식이었다. 미치 대니얼스 백악관 예산관리국(MBO) 국장은 정치 경력 관리를 위해 인디애나로 떠나버렸다.
미 정부의 은근한 달러 약세 기대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과 경제팀에 대한 불신이 배경이 되고 있다 해도 미국 정부가 달러 약세를 용인하지 않는한 달러화가 유로화에 대해 최근 6주일 사이 10% 이상 급락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결국 투자자들이 달러를 매도하는 이유는 미국 정부가 달러 약세를 바라고 있다는 메시지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는 현재 '이상 현상'을 누리고 있는데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서도 달러 표시 자산들, 가장 중요하게는 국채와 그 다음으로는 주식 가격은 그다지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달러 급락이 두려운 이유는 달러 표시 자산 특히 국채 급매로 인한 국채수익률이 급등하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동반 상승해 결과적으로 지난 3년간의 증시 침체 속에서도 소비자들의 자산 가치 급감을 막아줬던 주택시장 호황이 급작스럽게 냉각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달러화가 급락했던 지난 2개월간 10년물 국채수익률은 0.5%포인트 하락, 강한 달러 정책이 표방됐던 1995년 중반 이후 최대폭의 랠리를 누렸고 같은 기간 뉴욕 증시는 15% 이상 급등했다.
이런 상황에서 완만한 달러 하락은 수입품 가격을 높여 미국 소비자들의 저축률 상승을 유도하고 미국 상품 가격은 떨어뜨려 수출 증대 효과를 낳음으로써 결과적으로 경상수지 적자를 축소 조정할 수 있게 해준다는게 부시 행정부의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달러 하락은 수입품 가격을 상승시킴으로써 미국의 디플레이션 우려도 경감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궁극적으로 미국은 스스로의 구조 개혁은 무한정 연기한채 대미 수출만으로 경기 약세를 벗어나려는 독일 등 서유럽과 일본을 달러 약세를 통해 자극하기를 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서유럽과 일본 등 다른 선진국이 대미 의존도를 줄이고 내수를 촉진시키는 경제 개혁을 추진, 세계 경제가 균형을 찾으면서 미국의 책임과 부담을 경감시키는게 궁극적인 목표인 셈. 이는 로치의 오랫동안의 주장이기도 하다.
미국 달러 약세 용인의 문제점 문제는 이러한 달러 하락이 미국의 시나리오대로 부드럽게 전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값싼 공산품의 진원지인 중국의 위안화는 미국 달러화와 페그제로 연동돼 있어 미국이 의도하는 수입품 인하와 미국 기업의 가격경쟁력 제고가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다.
디플레이션 우려의 진원지라는 지적까지 받고 있는 중국은 위안화를 달러화와 같은 속도로 가치 절하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과 유럽이 자국 통화의 절상을 수수방관하면서 구조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렵다. 오히려 일본과 유럽은 더욱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하고 자국 통화 절상을 방어하기 위한 시장 개입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결과 전세계는 통화 가치 절하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1980년대말에 일본 정부는 달러화 절상과 엔화 절하를 목표로 방만한 통화정책을 쓴 결과 부동산 가격과 주가가 폭등하는 버블을 경험하게 됐다. 그리고 일본은 10년이 훨씬 지난 현재까지도 이 버블의 후유증과 디플레이션의 악순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달러화 하락 유도가 전세계적인 리플레이션 통화정책을 유발한다면 미국의 국채와 주식, 부동산 등의 자산은 결국 버블을 키우게 될 것이며 부시 대통령은 '부시의 자산 버블'이라는 새로운 신조어만 창출할 뿐 결코 경제에서 성공을 거두지는 못할 것이다.
< 저작권자 ⓒ머니투데이(경제신문)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