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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스의 약점] 마케팅 못하면 기술이 무슨 소용? |
| 작성자 |
강삼호 |
힐튼호텔에서 남산 순환도로를 타고 가다보면 남산체육관 건물에 ‘ 필립스코리아’ 간판이 걸려 있다.
이유는 이렇다.
필립스는 ‘빌딩 이나 건물을 소유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부동산 소유로 더 쉽게 돈 버는 방법을 알게 되고 문어발처럼 사업을 확장하면서 본 래의 핵심사업에 집중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래서 남산체육관 건물에 세를 들어 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건물을 사는 것보다 임대 하는 것이 현금 흐름성을 높일 수 있다는 ‘네덜란드적(Dutch, 계산 에 밝은)’인 계산도 깔려있다.
필립스는 전통적으로 마케팅에 약점을 보였다.
필립스는 지난 97년 미국에서 평면TV 광고비를 대대적으로 쏟아부었다.
들어간 돈은 자그 마치 2억5000만달러. 결과는 필립스의 참패였다.
필립스의 홍보 덕분 에 평면TV 수요는 2000년부터 불이 붙었고 그 열매를 따먹은 것은 한 국의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었다.
타이밍을 제대로 못 맞춘 것이다.
필립스의 마케팅 실패는 평면TV가 처음은 아니다.
필립스는 60년대 초 최초로 카세트테이프를 개발했고 80년대는 CD를 발명했다.
하지만 정작 떼돈을 번 것은 소니를 비롯한 일본계 가전기업들. 특히 카세트 테이프는 특허등록도 하지 않은 채 기술을 풀어 ‘남 좋은 일’만 시 켰다.
이를 교훈삼아 CD는 특허를 신청해 매년 일정액의 특허료를 받 고 있다.
▶엔지니어 출신 CEO의 한계◀ 휴대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필립스는 90년대 초 노키아, 에릭손, 모토롤라처럼 독자적인 휴대폰 브랜드를 개발하려고 했다.
기술은 충 분했다.
하지만 10년 지난 지금 휴대폰을 보면서 필립스를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휴대폰 단말기에 들어가는 핵심기술의 70%를 필 립스가 개발했지만 말이다.
3월 31일자 포춘은 필립스의 실패와 관련해 원인을 분석했다.
우선 필립스의 최고경영자들이 엔지니어 출신이라는 점. “무식한 ‘공돌 이’가 마케팅을 알겠냐”는 얘기다.
실제로 현 CEO 제럴드 클레이스 터리(Gerard Kleisterlee)는 필립스에 입사해 수십년을 연구원으로 보냈다.
지난 2001년 CEO에 오르기 전까지 필립스 부품 사업군을 이 끌었다.
우리에게는 축구팀 ‘PSV 아인트호벤’으로 잘 알려진 아인트호벤. 네덜란드 남부의 이 작은 도시는 안톤과 제럴드 필립스 형제가 1891 년 필립스를 창업한 도시이자 필립스의 주 연구소가 자리한 곳이다.
이곳에는 전 세계 40개국에서 선발된 우수한 기술자들과 디자인 개발 자들이 모여 있다.
여기서 평생을 보낸 엔지니어 출신 CEO들이 마케 팅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두번째 이유는 경영진들이 “너무 나이가 많고 너무 남성적이며 너무 네덜란드적(too old too male too Dutch)”이라는 점. 임원들의 대다 수가 60에 가까운 나이여서 젊은이들이 주도하는 시장 흐름을 파악하 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여성 임원비율은 4%에 불과하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유재순 필립스코리아 홍보이사는 “여성 임원비 율 4%는 낮은 수치가 아니다.
전자나 건설, 기계 분야에서 여성비율 이 이 정도 되는 기업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2005년까지 여성 임원 비율을 10%로 높이기로 결정했다”고 반박한다.
취임 이후 5만개의 일자리를 잘라내고 5개 핵심사업분야로 재편한 클 레이스터리. 클레이스터리가 90년대 이후 지멘스, 소니 성장률의 절 반에 그치고 있는 필립스의 재도약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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