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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야채가게도 벤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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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량 |
'자연의 모든 것' 성공비결 뭔가
판매 전략-싸게 많이 팔아 입소문 나게
고객 전략-총각직원으로 주부 끌기
직원 전략-해외연수로 국제감각까지
11년 전 이영석(35.사진)씨는 1t트럭 한대로 장사를 시작했다. 그는 1991년 대학(레크리에이션 전공)을 졸업한 뒤 이벤트 회사에 취직했다.
이씨는 그러나 회사에 들어간지 6개월 만에 그만뒀다. 이유는 "세상이 더러워서"였다.
그는 "학연.지연 등 이른바 빽이 없는 사람은 거래업체의 담당자조차 만나기 힘든 게 우리 사회"라며 "자신이 노력한 만큼 대가를 얻을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때 한강에 바람쐬러 갔다가 오징어를 파는 한 행상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재미삼아 행상으로부터 오징어를 원가에 넘겨 받아 그곳에서 장사를 해봤다.
그런데 오징어를 2만원에 받아 30~40분 만에 다 팔았다. 돈이 순식간에 4만원으로 불었다. 그는 이돈을 다시 투자해 1~2시간 만에 8만원으로 불릴 수 있었다.
"장사는 참 정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건으로만 승부하면 되니까요. "
그는 그 오징어 장수에게 '형님으로 모실테니 정식으로 장사하는 법을 가르쳐달라'고 매달렸다. 그래서 1년 동안 오징어 장수를 따라다녔다.
이후 그는 1t 트럭을 구입해 자립을 했다. 오징어.호도 등 50여가지 상품을 취급하며 5~6년간 '트럭 행상'을 했다. 마침내 98년 그간 모은 돈 1억여원으로 대치동에 가게를 차릴 수 있었다.
이 때 뜻이 맞는 5명의 총각들이 함께 해 '시장 벤처'실험에 나서게 됐다. 이후 이 가게는 독특한 마케팅으로 급성장하며 새바람을 일으켰다.
현재 이씨가 직접 운영하는 매장이 두곳이며, 이 매장에서 일을 배운 뒤 독립해 차린 가게가 6개에 달한다. 이들 대부분은 인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채소가게로 자리잡고 있다.
직원도 대치점만 12명이며 8개 매장을 합치면 70여명이 넘는다. 성공적인 채소가게를 키우는 '사관학교'로 떠오른 셈이다.
◆강남서 입소문… 분당.일산서도 몰려와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뒷편에 있는 채소가게 '자연의 모든 것'. 총각들이 차린 가게라 '총각네 가게'라고도 불린다.
13일 오전 이곳은 한산한 주변 상가와 달리 주부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가게 앞 도로도 주부 고객들이 타고온 승용차로 '병목현상'을 빚었다. 한 주부는 택시를 타고 와서 부랴부랴 가게 안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경기도 분당에서 일부러 들렀다는 한 주부는 "3년 넘게 이곳을 이용하고 있다"며 "상품이 싱싱하고 물건파는 총각들이 친절해 자주 이곳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가게에 대한 소문이 꼬리를 물고 퍼져나가 분당.일산지역 주부까지 적잖게 찾아오고 있다. 전체 고객 가운데 30~40%가 강남 이외 지역 손님이라고 한다.
이런 인기 덕에 20평 남짓한 매장은 대형 수퍼마켓과 맞먹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주변 업소에선 평당 수익률로 따진다면 전국에서 최고가 될 것으로 추정한다.
서울 강남지역에서 총각네 가게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가게 대표는 마케팅 강의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아예 스카웃 제의까지 하고 있다. 최근 몇년 사이 전국에서 2백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일을 배워보고 싶다'며 이곳을 찾아왔다.
할인점에 채소를 납품했던 이모(40.부산)씨는 최근 이들의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자녀들을 부모에게 맡기고 부인과 함께 서울로 올라왔다. 이씨는 "6개월 가량 이곳에서 일을 배우기 위해 분당에다 집까지 마련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곳에서 일을 배운 사람들이 잇따라 독립해 같은 이름의 채소가게를 차리기도 한다. 현재 '자연의 모든 것'이라는 이름의 가게가 8개(직영점 2개 포함)나 된다.
◆값싸게 많이 파는 전략이 비결
이 가게는 그간 제품을 싸게, 많이 팔아서 성장했다. 이 가게는 이를 위해 도매시장에서 가격이 폭락한 품목을 집중적으로 사서 팔았다. 제철 과일이 쏟아져 가격이 많이 떨어지면 이를 대량으로 사서 고객에게 이윤을 적게 남기고 팔았다.
"시세가 싼 제품만 갖다 팔면 고객들은 제가 파는 상품은 항상 싸고 질이 좋다는 인식을 하게 되지요. 상품 한 개 팔아 1천원 남기기보다는 10개 팔아 1천원을 남기겠다는 전략입니다."
대부분 대학 졸업자인 이들은 '넥타이'대신 '작업복' 차림이다.
이들은 여자 손님에게는 '어머님', 남자 손님에게는 '아버님'이라고 불러 친근감을 줬다. 고객이 입었던 옷과 가족 근황 등을 기억해 뒀다가 다음에 다시 찾는 고객에게 먼저 말을 건네는 것도 잊지 않았다.
'어머님, 오늘은 머리 모양이 바뀌셨네요.''시집간다던 딸은 결혼식을 잘 올렸나요.'등….
또 직원은 모두 20~30대 젊은 남자들이다. 직원이 아니라 동생이나 아들처럼 대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곳을 찾는 고객들은 한결같이 "생동감 있고 젊어서 좋다"고 말하는 것도 바로 '젊은 남성' 효과 덕이다.
또 상품 판매 단위를 크게 했다.
오렌지의 경우 낱개로 팔지 않고 바구니나 박스 단위로 팔았다. 오렌지값이 싸고 질이 좋지만 양이 많다고 느끼면 이웃 친구를 데려와 한 박스를 산 뒤 반으로 나눠 가질 수 있도록 유도했다. 이렇게 되면 이 가게에는 새로운 고객이 생기게 되는 셈이다. 이 방식은 적중했다.
마케팅 차원에서 반상회가 열리면 과일을 무료로 나눠주기도 했다. 주부들 사이에 이 과일이 어디 것이냐는 말이 나올테고 '구전효과'로 자연스레 홍보도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업 장소로 대치동을 고른 것도 치밀한 시장 분석을 한 뒤였다. 주부들의 교육열이 높고 씀씀이가 경기 변화에 민감하지 않는 곳으로 본 것이다. '자연의 모든것' 8개 매장이 모두 강남지역에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직원.매장 관리는 일반 회사처럼
이 가게의 직원들은 경력과 꿈이 다양하다.
단골 고객인 어머니 권유로 들어 온 박준형(30)씨, 다른 마트에서 스카웃된 오광신(30)씨, 일본으로 유학갈 예정인 강임걸(25)씨, 가수 로드매니저를 했던 강용관(28)씨, 컴퓨터 프로그래머를 하다가 소문을 듣고 찾아온 성동욱(30)씨, 전문 스노보드 선수인 배일훈(32)씨, 웨스턴 바를 운영했던 윤형섭(33)씨 등….
이들이 조그만 채소가게에서 꿈을 키우겠다고 찾아온 것은 바로 전문성 때문이다.
이 가게는 2년 이상 근무한 직원은 해외연수를 보내준다. 5년 이상 근무한 한 직원의 경우 벌써 15개국을 다녀왔다. 열심히 일해 노하우를 익힌 직원에게는 독립해 '자연의 모든 것'을 차릴 수 있는 기회도 준다.
이대표는 "무슨 채소 장수가 해외연수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해외 문화를 익혀야 국내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면서"이 직업을 전문직으로 만들기 위해 뜻이 같은 젊은이들이 이런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가게는 일반 회사처럼 매장을 관리한다. 평일에는 오전 10시에 문을 열고 오후 7시에 문을 닫는다. 토요일에는 오후 3시에 문을 닫고 일요일에는 쉰다.
밤 늦게까지 문을 여는 일반 채소가게와 달리 일찍 문을 닫아도 고객이 넘치는 것은 독특한 상술 때문이다. 이 가게는 상품을 조금씩 적게 들여놓는다.
사과 10박스가 필요하면 9박스만 들여와 판매했다. 늦게 와 원하는 상품을 사지 못한 고객은 다음날에는 일찍 올 것이고 이렇게 되면 물건을 사려는 고객들은 모두 영업시간 내에 가게를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창규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2003.03.13 17:43 입력 / 2003.03.13 20:0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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