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펀글>숫자의 의미 |
| 작성자 |
나채현 |
연일 사회면을 장식하고 있는 '수능 반올림 파장'을 보며 우리가 좀 더 명확한 수 개념을 가졌더라면 이러한 혼란은 미연에 방지할 수 있 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수 개념의 발달은 논리개념의 발달을 의미한다.
인간 이외 다른 동물 들은 수 개념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류를 만물의 영장 으로 만들어준 결정적 힘이 언어와 수학 능력이라고도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수 개념은 매우 미미하다.
어렸을 때 길을 가다 목적지까지의 거리를 물으면 '저 너머' '시오리' 등 애매한 대답이 나오기 일쑤였고, 산을 오르다 만난 등산객에게 얼마나 가야 정상인 지 물으면 대부분 '조금만 더 가면 된다'고 한다.
외국회사에서 대부분의 직장생활을 하면서 필자는 숫자에 대한 집착 도, 압박도 많이 느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는 1년에 한 번씩 국 가별로 빌 게이츠와 수석임원들에게 사업계획을 발표하고 검증받아야 했다.
빌 게이츠와 중역들은 계획서에 나열된 숫자 하나 하나에 관심 을 갖고 '각 숫자의 의미가 무엇인가'에 대해 묻는다.
숫자가 나오게 된 시장환경 데이터의 출처 등 숫자의 신빙성에 대해 많은 질문을 하면서 신뢰도를 검증한다.
또한 수치화된 목표를 달성 하기 위한 자신감 테스트까지 몇 시간을 할애해 검토하며 이 과정에 서 만족하지 못하면 사업계획 자체가 의미를 부여받지 못한다.
공식적으로 발표되는 숫자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숫자가 긍정 적인 것인지, 부정적인 것인지-경제성장률 100%는 긍정적이며 신용불 량률 100%는 부정적 수치인 것처럼-등 여러 가지 의미를 갖지만 중요 한 것은 숫자에 대한 신뢰성 그리고 자신감이라고 할 수 있다.
숫자 하나가 뭐 그리 중요하냐고 할 지 모르지만 음주 측정을 일례로 보면 0.01% 차이로 구속이냐 면허취소냐 훈방이냐가 결정된다.
0.1%의 금리변화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나 월스트리트의 증권 맨들이 각종 경제지표의 소수점 이하 변화에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 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인터넷 세상에서 명확한 수 개념을 가진다는 것은 단순히 숫자나 도표화된 자료에 익숙해지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세상 의 논리에 익숙해진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재민 더존디지털웨어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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