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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사원이 인터넷, 디지털에 민감해야 하는 이유 |
| 작성자 |
깜딩이 |
[새해특집-디지털은 미래다] 0과1, 아날로그 삶을 뒤엎는다
문대영 pcman@dt.co.kr 2003/01/01
"디지털은 생물이다. 디지털에 푹 빠져야, 그 진화(進化)의 공식을 알 수 있다."
e비즈니스, e밸리, e마켓플레이스, e정부, e랜서, e메일, e커머스 등 흔히 e로 시작하는 신조어들은 채 2년도 안돼 보통명사가 돼 버렸다. 우리는 디지털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시대속에서 살고 있다. 디지털이라는 범주 안에서 일하고 놀고 쇼핑하고 의사를 전달하는 방법에 익숙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아날로그적인 생활양태에서 디지털을 객체로만 대접했다면, 그는 또 다른 형태의 `모라토리엄 인간'(Moratorium 인간: 성장 유예)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산업혁명 이후 가장 큰 변화를 야기한 디지털혁명은 200여년 간의 산업혁명시대보다 예측가능성이 떨어진다. 그만큼 역동적이라는 얘기다. 생활의 패턴과 기업의 비즈니스 양태, 시민의 정서와 문화 등 모든 면에서 디지털은 생명체처럼 꿈틀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에서는 전사적자원관리(ERP)ㆍ고객관리(CRM) 등을 통해 업무를 하고 있다. 지금 이 시간에 어떤 사무실의 문을 연다면 모두가 모니터만 쳐다 볼 것이다. 인간과 사물, 사회를 인식하는 `창'이기 때문이다. 1시간에 한번씩 이메일을 열어보지 않으면 불안하다는 회사원이 있을 정도다.
집에서도 마찬가지다. 스타크래프트ㆍ던전시즈ㆍ워크래프트 등 최신게임을 할 줄 모른다면 아이들의 대화에 끼어들기 힘들다. 디지털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인터넷ㆍ컴퓨터ㆍ최신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어른은 흔한 말로 `짱' 대우를 받는다. 홈쇼핑이 본격적으로 국내에 소개된 지 채 1년밖에 안됐지만 그 성장속도는 디지털만큼 빠르다. 일부 제조업체는 전체 매출의 80%를 홈쇼핑에서 올리는 경우도 있다. 억척과 지혜의 대명사로 국가 경쟁력의 한 축을 형성하는 아줌마들이 조그만 TV리모컨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 `디지털 신화'이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그동안 이 IT기술로 만들어진 디지털라이프를 즐기는 과정이었다면 앞으로는 빛의 속도로 펼쳐지는 어지러운 IT문명의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디지털을 읽는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디지털라이프는 이미 개인과 기업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기업들은 가상 현실, 사이버 섹스, 퍼스널 웹, 휴먼 인터페이스 등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디지털 라이프를 파고들 디지털 마케팅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기업들은 새로운 소비계층으로 급부상하고 N세대들을 겨냥한 새로운 상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티저(Teaser)광고'를 통해 곧잘 선보이는 이 신상품들을 아날로그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과연 돈이 될 것인지 의문스럽다. 그러나 이런 상품이 흔한 말로 대박을 터뜨릴 때 `혹시 내가 아날로그 세대는 아닐까'라고 한번쯤 의심해 봐야 한다.
아바타ㆍ보보스ㆍ디제라티(Digerati=digital+literati 디지털 지식인) 등 디지털 용어를 알지 못하면 아날로그 세대 취급을 받게 됐다. 거의 `빛의 속도'로 발전하는 각종 기술과 그 파생물의 현란한 모습에 외계에 온 것처럼 어안이 벙벙해져서 뒷전에 남을 수 있다.
심지어는 `아햏햏'이라는 뜻도 모를 글자가 등장해 2002년 하반기를 휩쓸기도 했다. 아행행과 함께 개벽이ㆍ개죽이ㆍ무뇌충 등도 등장했다. 최근에는 부르주아의 물질적 실리와 보헤미안의 정신적 풍요를 동시에 누리는 상류층을 지칭하는 보보스(Bobos)를 해학적으로 뒤집은 모모스(Momos)도 등장했다. `모(mo)두가 빚, 모(mo)두가 가짜' 인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일컫는 디지털 언어다.
과잉 공급되는 디지털 정보 속에서 아날로그 감각만으로 적응하는 것은 어렵다. 두려움으로 디지털 라이프를 거부한다면 디지털 세대ㆍN세대ㆍe세대로 불리는 신세대들과 호흡을 맞추지 못하고 디지털 라이프 주변을 맴도는 이방인으로 전락할 수 있다.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가정ㆍ교육ㆍ정부ㆍ전통산업ㆍ엔터테인먼트ㆍ여성ㆍ의료ㆍ유통ㆍ소사이어티 등 전 부문에 디지털에 익숙해지는 과정이 필요하다. 또 정보화 소외계층도 디지털로 만들어진 평등사회를 경험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아날로그적인 시각을 가진 정치평론가들은 16대 대선을 계기로 정치의 디지털 시대가 개막됐다고 호들갑을 떤다. 네티즌들이 인터넷의 신속성과 양방향성이라는 무기를 활용해 젊은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선거 참여를 이끌어냈고 돈 안 드는 선거, 투명한 선거, 즉 `e폴리틱스'를 구현해 냈던 것이다.
이미 2002년 초여름 광화문과 시청 앞을 붉은 물결로 가득 채우며 5000만 겨레를 하나로 묶은 2002년 한ㆍ일 월드컵과 불합리한 주한미군주둔에 관한 협정(SOFA)으로 인해 어이없는 사고를 당해 유명을 달리한 여중생을 기리는 대규모 촛불시위 역시 디지털 문화현상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한쪽은 디지털혁명으로 인해 큰 변화를 느끼고 있지만 다른 한쪽은 디지털이 주는 혜택조차 누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디지털로 인해 고립되고 있는 것이다. 0과 1로 표현되는 디지털은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나누기에 음지쪽은 항상 볕이 들지 않는다. 디지털 디바이드 현상이 두려운 이유다.
일례로 디지털에 익숙한 사람은 거의 대부분의 일 처리를 컴퓨터와 인터넷을 이용해 해결하고 있다. 인터넷을 이용해 기념일을 챙기고 선물을 주는 것은 기본이고 고등학교 동창생보다 인터넷 카페를 통해서 만난 사람들과 더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한다.
그러나 디지털 주변인은 갈수록 시대에서 뒤떨어지고 있다. 그들 눈에는 신세대 또는 디지털세대들이 혈관엔 파란 피가 흐르고 혈액형은 `i형'．손에는 정보의 바다를 헤엄치기 위한 물갈퀴가 나있는 이방인처럼 보여질 수도 있다.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국민통합'을 위해 정보격차 해소는 노무현 정부가 기본권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디지털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낳기도 한다. 먼저 디지털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비밀이 없는 열린 공간이 됐다. 사생활이 늘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됐다. 도청기술을 발전하는 디지털기술을 흡수해 해독하기 어렵다는 부호분할다중접속(CDMA)방식 휴대폰도 도청할 수 있게 됐다. 내가 무심코 버린 신용카드 영수증이 엄청난 손해를 안겨주기도 한다.
인간복제를 시도해온 미국의 종교단체 `라엘리언'의 비밀조직인 클로네이드 소속의 한 과학자는 지난 12월 26일 5명의 임산부 중 한 명이 복제 아기를 출산했다고 말해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인간의 존엄성과 유일성을 파괴하고 사회질서를 무너뜨릴 소지를 안고 있는 이 복제인간을 만들 기초자료인 DNA를 분석하는데 디지털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과잉공급되는 정보공간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라도 디지털을 읽는 능력이 필요하다. 현대인들은 컴퓨터를 부팅하면서 첫번째로 하는 일이 메일박스에 수없이 쌓여있는 스팸메일을 없애는 일이다. 메시지 규칙을 만들고 서버 관리자가 스팸메일 차단SW를 설치해도 교묘한 방법으로 이들 스팸메일들은 메일박스에 차곡차곡 쌓인다. 최근에는 메신저로 통해 전달되는 스팸 메신저까지 등장했다.
디지털세대인 요즘 아이들은 컴퓨터와 함께 자라간다．또한 그들이 앞으로 살아야 할 사회는 컴퓨터를 모르고서는 적응할 수가 없다. 여성민우회가 지난해 6월에 수도권 중고등학생 69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49.1%가 친구보다 인터넷이 좋다고 대답했다.
인터넷에 병적으로 몰입하면 현실의 나는 운동부족으로 인한 체력저하, 만성적 수면부족으로 인한 일상생활의 장애, 대인관계를 꺼리는 자폐적 상태 등을 경험할 수 있다. 또 현실과 사이버공간의 경계를 모호하게 여기는 현상도 발생할 수 있다.
인터넷에 있는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 친구를 사귀고 결혼도 하고 혈맹이란 가족도 만드는 청소년들을 만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16레벨쯤 되는 초보수준에서 최고수인 50레벨에 오르기 위해선 이별의 슬픔, 술수, 다른 아바타와의 우정과 사랑, 목숨 건 전쟁을 겪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감정이 복받쳐 엉엉 우는 청소년들도 있다.
이처럼 디지털은 사회적 선과 필요악, 가치와 역기능, 공동체문화가 한데 어우러진 우리 곁의 현실이다.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기 위해 다이얼을 돌리는 아날로그방식을 취할 것이냐, 디지털방식으로 버튼을 누를 것인가는 우리 손에 달려 있다.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 진보의 전략을 이끌어 내기 위해 디지털에 좀더 푹 빠져볼 시기가 된 것이다.
문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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