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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에세이]후쿠자와와 그들의 일본 |
| 작성자 |
자유인 |
[머니투데이]
일본 돈 가운데 제일 고액권인 1만엔 짜리 지폐에는 후쿠자와 유기치(福澤諭吉)의 얼굴이 실려있습니다. 그는 명치유신 시기의 사상가이자 교육자입니다. 우리는 1만원 짜리에 세종대왕 얼굴을, 미국은 100달러 지폐에 벤자민 프랭클린을 올려 놓았습니다.
한 나라의 화폐에 등장하는 인물, 그것도 고액권에 찍히는 인물이라면 그 역사적 비중과 국민 정신에 미치는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새삼 설명이 필요치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유럽공통체가 발행하는 7종류의 유로는 특정국가의 냄새를 완전히 제거했습니다.
유로에는 실존하는 어떤 건물도 들어가 있지 않으며 전면에는 개방과 협력을 상징하는 문의 디자인이, 뒷면에는 유럽과 세계와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상징하는 다리의 이미지만을 그려 넣었습니다.
후쿠자와는 게이오 대학의 전신인 게이오 의숙의 설립자이자 유명한 <학문의 권장>의 저자입니다. 이 책은 명치유신 초기 사상적 혼란기에 처한 일본 국민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제시한 일종의 국민 계몽서 입니다. 출간 당시 20만부가 팔림으로써 초대형 베스트 셀러가 된 이 책에서 저자는 < 사람은 나면서부터 빈부귀천의 구별은 없다. 오로지 학문을 열심히 하여 사물을 잘 아는 사람은 귀인이 되고 부자가 되며, 배우지 않은 사람은 가난하게 되어 남의 하인 노릇을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학문이란 시문을 짓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 도움을 주는 실용적인 것이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후쿠자와는 명치유신이라는 일본 역사를 뒤바꾼 거대한 프로그램이 성공하는데 크게 공헌한 인물중의 한 사람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당시의 개화사상가들은 <별 볼일 없는 아시아를 벗어나 잘 나가는 유럽에 속하자>는 이른바 탈아입구(脫亞入歐)를 주창했는데 후쿠자와도 이러한 주장의 선봉에 섰던 인물이지요.
그런데 탈아입구의 슬로건 뒤에는 당시의 중국이나 조선은 일본에 더 이상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기 때문에 비록 이웃나라일지라도 도움이 안 된다면 특별한 혜택을 베풀 필요가 없다는 비정한 생각이 노골적으로 깔려있었습니다. 결국 시간이 흐르면서 후쿠자와 무리의 사상은 조선을 정벌하자는 정한론으로 까지 발전하게 됩니다. 때 마침 유신으로 할 일을 잃어버린 무사계층의 불만이 커져 사회의 불안 요소가 되던 터라서 이웃 나라를 침공하여 주먹이 근질근질한 사무라이 계층의 에너지를 발산시킬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지요.
한 사람의 가벼운 몸짓에도 알고 보면 상당한 뜻이 숨어 있습니다. 한 나라의 몸짓에는 더욱 무거운 뜻이 내재해 있게 마련입니다. 9.11 이후 고이즈미의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특히 미국과 북한간의 긴장이 높아지면서 한국정부의 입지는 좁아진 반면 일본의 입지는 이전보다 넓어지고 있습니다. 후쿠자와 그룹의 정한론이 힘을 얻어 갈 무렵 조선 반도는 국론이 분열되고 국력은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역사는 반복될 수도 있다는 것이 우리가 역사에서 배우는 지혜중의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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