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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바(SSBA) 마케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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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다 |
어린이 팬시용품·장난감에 욕설·냉소주의 바람
[조선일보 이자연 기자]
“착한 척, 됐거든?” 파란이 내놓은 게임 ‘큐링’의 인터넷 배너 광고는 이 매몰찬 한마디로 시작한다. 이 말을 내뱉는 것은 흉측하고 심술궂게 생긴 ‘ ?설공주’. 네티즌들이 불쾌감과 거부감 등을 표현할 때 쓰는 신조어 ‘ ? ’을 넣어 백설공주의 순수한 이미지를 비꼰 이름이다. 초등학생들을 주타깃으로 하는 이 게임은 버스 측면 광고에서도 ‘착한 아이는 타지 마!’라고 공공연하게 선언한다.
◆나쁜 아이가 쿨하다?
요즘 학생들에게 ‘착한 아이’는 지루한 존재이고, ‘나쁜 아이’야말로 매력적이고 ‘쿨한’ 존재다. 그들에게 냉소는 곧 유머 감각. 욕설은 ‘펀(fun)’의 개념으로 받아들여진다.
최근 뜨는 한 디자인 팬시용품은 아예 이름이 ‘SSBA(쓰바)’다. 욕설을 연상시키는 이름이지만 톡톡 튀는 발상과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과거 ‘헬로 키티’ ‘블루베어’ 같은 소녀 취향의 이름이 득세하던 팬시업계에서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쓰바의 장난감 스탬프는 ‘참 잘했어요’가 아니라 ‘뻥 치시네’ ‘너나 잘하세요’ 같은 말이 찍힌다. 탁상용 장식품에는 ‘지랄 금지’ ‘쾌락 금지’ 같은 문구도 버젓이 등장한다. 교보문고 문구 매장의 한 직원은 “이런 표현이 심하다고 항의하는 손님은 못 봤다”고 말했다. 이미 ‘졸라맨’ 같은 애니메이션 관련 상품으로 소비자들은 ‘면역’이 된 상태다.
◆장난감에서도 냉소를 배우는
아이들
‘냉소적인 아이’는 요즘 문화계 전반에서 발견되는 키워드. 지난 6~8월 열려 ‘올해 가장 성공한 전시’로 평가받은 ‘요시토모 나라전’도 차갑고 반항적인 표정의 아이들 그림을 전면에 내세웠다. ‘아이들은 순수하고 행복하다’는 인식을 부정한 그림들은 로댕갤러리 개관전 이래 최다 관객수인 8만5000명을 끌어들이며 대대적인 인기를 끌었다.
‘교과서적 상식을 거부하는’ 냉소적 시각은 동화책에서도 빠지지 않는다. 최근 나온 동화책에는 친구가 없는 외로운 산타, 파업을 결의하는 성난 산타들이 등장한다. 뻔한 디즈니식 동화를 뒤엎은 잔혹한 그림동화 원전이 붐을 일으키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다.
고려대 심리학과 성영신 교수는 “요즘은 ‘튀어야 사는’ 시대이다 보니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상업적 마케팅에서도 상식을 뛰어넘는 ‘역발상’이 유행”이라고 설명했다. 고정되지 않은 다양한 시각은 신선하고 창의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문제는 성인 눈높이에 맞춰진 냉소적 유머 감각이 아이들에게도 그대로 흡수된다는 것이다. 성 교수는 “반항적이고 비뚤어진 대상을 자꾸 접하면 나쁜 친구를 사귀는 것처럼 세계관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자연기자 [ achim.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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