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철학 부재의 시대 … 종교, 경영을 논하다
지난 11일 타개한 ‘현대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는 “지도력이란 인간의 시야를 넓히고 높은 업적을 달성케 하고, 보통 수준을 초월하여 높은 수준의 인격에 달하게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는 수행을 통해 사람이 이룰 수 있는 능력의 한계치를 최대한 끌어내어 극점에 도달하려는 동양의 종교관과 맞닿아 있다.
경영학계의 ‘구루(guru)’ 톰 피터스가 그의 저서 ‘Thriving on chaos’를 통해 밝혔던 “성공경영을 위해서는 경청하고, 칭찬하고, 인정해야 한다”는 말은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고 말했던 예수의 가르침과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중생들의 괴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제자들과 함께 설법을 베풀다 80생을 마감한 석가모니의 모습은 ‘고객 불편 최소화’를 표방하는 기업들의 ‘고객만족 경영’을 연상시킨다.
어찌 보면 기업의 경영철학은 종교에 그 모태를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종교적으로 해석한 경영 서적의 잇따른 출간과 종교적인 해석을 곁들인 다양한 세미나가 개최되는 것은 이와 같은 맥락이다. 23일 ‘불교와 사회포럼’에서 개최한 창립세미나에서 서강대학교 노부호 교수는 “이익추구에서 사람개발로 기업의 목표가 바뀌어야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선 최고경영자의 경영에 대한 철학과 가치에 기초를 둔 정신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혜경영연구소 손기원 소장은 “분식회계, 횡령사고, 노사불화 등 최근 우리 기업들이 보여주는 문제는 한 마디로 ‘경영의 위기’라고 할 수 있다”며 “이는 ‘경영철학의 부재’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이 요구되는 시점인 것이다. 이에 <이코노믹 리뷰>는 예수와 부처의 메시지를 통해 현재 CEO들에게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자, 이들의 가상 대담을 엮어 보았다.
예수 “섬김은 오늘날 경영 원리의 핵심”
부처 “무상법 등 경영 기법 해법 제시”
기자 : 두 분의 가르침은 최근 들어 경영에도 인용되고는 합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두 분의 가르침은 신앙적인 영역일 뿐, 경영에 접목시키는 데 무리가 따른다고 지적하기도 하는데요.
예수 : 기독교에서 말하는 섬김은 오늘날 경영 원리의 핵심이 되고 있습니다. 초일류 기업의 현장에는 섬김의 원리가 살아 움직이고 있습니다. 고객만족 경영의 기본도 섬김의 원리에서 출발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성공을 가시화하기 위해 했던 노력도 현대의 경영인들에게 모범이 되는 것 같습니다. 나의 입에서 나가는 말도 내가 뜻하는 바를 이루고 나서야, 내가 하라고 보낸 일을 성취하고 나서야 나에게로 돌아오는 것입니다. (이사야 55:11)
부처 : 물론 맞는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경영 트렌드에 비추어 보면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예컨대,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한다는 ‘무상법(無常法)’은 변화경영을 얘기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술도 고객의 마음도 끊임없이 변화하므로, 변화를 수용하고 선도하지 않는 기업은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이죠. 양 극단으로 치우치지 말라는 ‘중도(中道)’는 중도 경영을 말한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즉, 이익과 사회공헌, 양적 가치와 질적 가치, 단기적 관점과 장기적 관점, 조직의 다양한 기능 등의 균형과 조화가 조직의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지름길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연기법(椽起法)’은 기업, 경영자, 종업원 등 모든 존재가 협력자인 동시에 고객이 될 수 있다는 관계경영, 한마음경영에 접목시킬 수 있습니다.
예수 “은폐는 보복과 분노를 낳는다”
부처 “분에 넘치는 이익 바라지 말아야”
기자 : 최근 들어 삼성그룹의 X파일, 두산그룹 오너 형제의 비자금 조성 난 등의 사건이 터지면서 국내 대기업들의 윤리 문제가 잇따라 지적 받고 있습니다.
부처 : 불교의 무상(無常)이라는 개념은 이윤추구를 부질없는 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윤은 그것이 정상적 과정으로 창출된 것이라면 경영에서 성공의 척도이고, 추구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또한, 무소유는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시하는 개념입니다. 과정이 올바를 때 그 결과는 정당화되는 것입니다. 이윤을 축적의 개념이 아닌, 흐름의 개념으로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익을 분에 넘치게 바라지 말아야 합니다. 이익이 분에 넘치면 어리석은 마음이 생겨나게 마련입니다.(법구경)
예수 : 변화산에서 모세, 엘리야와 함께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마태복음 17:2, 마가복음 9:2~3, 누가복음 9:29) 그 때 저의 얼굴은 해와 같이 빛났다고 합니다.(마태복음 17:2) 숨길 것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그들 앞에서 투명해질 수 있었고, 빛이 날 수 있었습니다. 어떤 상황의 여러 국면을 은폐하려는 몸부림은 분노와 보복을 낳을 수 있습니다. 자기의 죄를 숨기는 사람은 잘되지 못하지만, 죄를 자백하고 그것을 끊어버리는 사람은 불쌍히 여김을 받을 수 있습니다.(잠언 28:13)
부처 “무너지지 않기 위해 철저히 준비해야”
예수 “균형 감각 가져야 실패 막을 수 있어”
기자 : 이 같은 기업들의 비윤리적 경영을 두고, 일각에서는 ‘경영의 위기’라고 까지 말합니다. 이런 행태를 미연에 방지할 방법이 있을까요.
부처 : 위기는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 군대 등 모든 종류의 조직에서 발생할 수 있습니다. 회사를 모든 위기로부터 보호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회사가 위기로 인해 무너지지 않게끔 준비할 수는 있는 것입니다. 솔선수범, 관심, 자제, 자기 통제 등을 통해 위기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굳건히 서 있을 수 있습니다. 위기라는 홍수가 지나간 후에는 곧 다시 일할 준비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예수 : 성공에 대한 자만심은 교만을 낳고, 교만은 균형 감각을 무너뜨립니다. 성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되, 겸손함을 잃지 않는 자세가 실패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균형 감각을 갖추기 위해서는 사고의 유연성과 개방성, 자신의 한계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 필요합니다. 하나님은 여호수아를 리더로 세우면서 주야로 율법을 묵상하여 좌로나 우로 치우치지 말 것을 명하셨습니다.(수 1:7)
예수 “통찰력으로 변화 이끌어내야”
부처 “혼돈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기자 :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한 번 찾아온 경영위기가 좌초로 이어질 우려가 많습니다. 위기를 극복할 방법이 있을까요.
예수 : 경영자는 시대의 변화를 읽을 줄 아는 눈이 있어야 합니다. 미래에 대한 통찰력을 가지고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하는 것입니다.
자기만족에 취한 리더는 결코 혁신을 주도할 수 없으며, 인간의 마음이나 사고는 그대로 놓아두면 부패하고, 퇴보하게 마련입니다.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해야 합니다.(롬 12:2)
부처 : 기업은 끊임없이 혼돈과 질서, 예측가능과 예측불가능의 스펙트럼 위에서 움직입니다. 특히 경영자들은 한 과업에 평균 9분 정도의 시간밖에 할애하지 못한다고 하니, 이것만 보더라도 경영자의 생활 중 많은 부분이 혼돈의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최고 경영자들은 어느 정도의 혼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그것과 더불어 살아가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정진을 할 때 너무 조급히 하면 들뜨게 되고, 너무 느슨하면 게으르게 됩니다. 그러므로 알맞게 하여 집착하지도, 방일하지도 말아야 합니다.(잡아함 이십억이경)
부처 “잠재력 개발하는 게 CEO 역할”
예수 “직원들에게 비전 제시해 줘야”
기자 : CEO가 경영을 하는 데 있어 담당해야 할 역할은 무엇일까요.
부처 : 불교경영에서 핵심은 자기를 찾는 것입니다. 일은 자기를 찾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으며, 자기가 모든 사람과 연결되었다는 인식은 또 다른 자기를 발견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 일은 자기 자신의 창조적 표현이고, 일을 통해서 자기의 잠재력이 개발되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불성이 있다는 말은 ‘사람은 모두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잠재력이 개발되는 경영이 불교적 경영인 것이지요. 따라서 잠재력 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게 되고, 이것이 최고경영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예수 : 사람들은 자신보다 훨씬 뛰어난 무엇인가를 갈망합니다. 역사는 그 사실을 끊임없이 되풀이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러한 것을 제공하는 리더들에게 추종자가 끊이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할 수 있습니다. 인간에게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은 ‘더 고귀한 목적(higher purpose)’인 것입니다. 성경에서 계시가 없으면 백성이 방자해진다고 말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입니다.(잠언 29:18) 무엇보다 직원들에게 스스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뛰어난 인물이 되도록 비전을 심어줘야 할 것입니다.
예수 “훌륭한 리더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부처 “훌륭한 리더는 기본에 충실하다”
기자 : 그렇다면, 훌륭한 리더란 어떤 사람인가요.
예수 : 훌륭한 리더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계획은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계속해서 실천해야 합니다. 모든 것을 세세하게 알 필요는 없으나, 전체적인 청사진은 항상 염두에 둬야 합니다. 그리고 하루하루 단계적으로 실천에 옮겨야 하는 것이죠. 훌륭한 리더는 단순한 밑그림을 멋진 청사진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며, 그것에 따른 하나의 확고한 계획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부처 : 왜 기업들이 몰락하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물론 다양한 이유가 상존하겠지만, 가장 흔한 경우가 바로 기초를 망각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큰 기업의 CEO라 할지라도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사물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은 언제나 기본입니다. 기초가 튼튼하지 못하다면 비전 역시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기본은 바로 물을 긷고 나무를 하는 것과 같은 일입니다.
부처 “노사문제 대화로 풀어낼 수 있어야”
예수 “주변 사람 챙기면 분쟁 사라져”
기자 : 최근 들어 노사 관계가 경영에 있어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일부 외국계 기업은 우리나라는 노조 때문에 기업하기가 너무 힘들다고까지 했는데요. 노사관계의 발전적인 방향을 제시해 주십시오.
부처 : 노사 관계의 접근 방향은 경영층이 인간적 경영을 통해서 노조의 신뢰를 획득해야 합니다. 이런 전제 하에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협력해야 할 것’과 ‘자기의 역할을 벗어난 권한 요구는 월권행위로서, 경영을 왜곡시키게 된다는 것’을 대화로 설득해 나가야합니다. 제도적 측면에서는 인간적 경영을 실천할 수 있도록 자율경영과 투명경영에 대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예수 : 우리는 종종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간과하곤 합니다. 일단 자신의 사람들을 교육하고, 그들에게 알려야 하는 데도 말입니다. 일전에 엄청난 군중이 몰려오는 것을 보고는 빌립에게 “이사람들을 다 먹일 만한 빵을 어디서 사올 수 있겠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요한복음 6:5) 그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배가 고파 기운을 잃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관심을 기울여야겠다는 경영자의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예수가 제시하는 리더 서약
- 나는 투명한 리더다. 남들에 대한 개방된 마음과 정직함이 나의 강점이다.
- 나는 남들에게 권한을 위임한다. 그렇게 하면 나의 재능과 영향력이 커지게 됨을 알기 때문이며, 또한 그렇게 함으로써 남들이 더 많은 선을 펼치도록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 나는 남을 섬긴다. 왜냐하면 섬김은 하나의 원과 같아서 내가 남을 섬기게 되면 나 또한 섬김을 받기 때문이다.
- 나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나는 날마다 나의 계획을 발전시키고 실현시키기 위해 시간을 보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사용한다.
- 삶, 사랑, 웃음은 서서히 배우게 되는 것임을 알기 때문에 나는 나의 직원들과 많은 시간을 보낸다.
부처에게서 배우는 경영 기법
- 마음은 용감하게, 생각은 신중히, 행동은 깨끗하고 조심스럽게 하고, 스스로 자제하여 법에 따라서 살며, 부지런히 정진해야 한다.
- 남의 과실을 보지 마라. 남이 한 것과 하지 않은 것을 보지 마라. 다만 자신이 한 것과 하지 않은 것만 보아라. 남의 잘못을 찾아내기란 쉬운 일이나, 자기의 잘못을 깨닫기란 극히 어려운 일이다.
- 쉬지 않으면 마침내 이루어진다. 저 개울이 흘러흘러 마침내 바다로 가듯.
- 욕심이 많은 사람은 지나친 이익을 추구함으로써 괴로움도 많아진다. 하지만 헛된 욕심이 없는 사람은 구함도 욕심도 없으므로 마음에 괴로움이 없느니라.
- 말이 많은 사람에게는 다섯 가지 허물이 있다. 남들이 그 사람의 말을 믿지 않고, 그 사람이 설하는 가르침을 받아들이지 않게 되고, 남의 미움을 사게 되고, 거짓말이 많게 되며 남들을 싸우게 한다.
인용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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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와 사회포럼 창립 세미나 자료집(노호부), 세계 일류 기업과 성경적 경영원리(한정화), 부처에게서 배우는 경영의 지혜(한언),JEJUS CEO(한언), 상생의 불교경영학(이지북),가슴을 적시는 부처님 말씀 300가지(민족사), 잠어능로 여는 365일 (서울믿음사), 부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예지)
윤종성 기자(jsyoon@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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