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단골 고객을 잡아야하는 이유 |
| 작성자 |
한아리 |
초등학교 때 할아버지가 사시는 고향에 가면 가장 괴로운 것이 화장실 가는 것이었다. 여자들과 남자들이 사용하는 뒷간이 따로 있었는데 문이 없고 가마니나 거적대기를 걸쳐 놓은 정도이니 그 안에 들어가서 일을 본다는 것이 어린 나이에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문이 없어 노크도 할 수 없으니 큰 일을 보는 동안 사람이 올까봐 조마조마 하였다.
온 동네를 뒤지니 나무로 만든 문이 달린 화장실이 딱 하나 있었다. 집에서 300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집이었는데 큰 일을 볼 때마다 나는 꼭 그 집에 가서 보았다. 철이 들면서 시골에서는 노크하는 것이 아니라 화장실 가까이 가면 “으흠 으흠”하고 헛기침을 하고 안에서 일을 보는 사람이 인기척 소리를 함으로써 안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린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멀리 가지 않고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당시에 화장지는 상상도 할 수 없었고 헌 책이나 신문지를 사용하여 뒤처리를 하였는데 화장실 한 켠에 비료부대나 새끼, 짚단이 있는 것을 보면 그 용도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백제시대에는 큰 일을 보고 뒤처리를 하는데 매끈하게 다듬은 뒷나무가 있었다. 길이 25-30cm, 두께 2-3cm의 반원형 막대로서 종이 대신 사용한 후 재활용을 하였다.
조선시대 왕은 매화틀이란 변기를 사용하였는데 나무 상자 양쪽에 발을 올려 놓을 수 있는 발판이 있고 위에는 구멍을 뚫어 일을 볼 수 있게 하였다. 나무 상자 안에 재를 담은 그릇을 넣어서 배설물이 튀지 않게 하였다. 이것을 의관이 왕의 건강을 살피는 시료로 삼았으니 왕의 대변검사인 셈이다. 바깥 행차 중에 급한 볼일을 볼 때는 사람들이 인의 장막을 치고 내시가 운반한 매화틀에서 용변을 보았는데 왕이 입고 있는 옷이 거창하여 옆에서 사람이 도와주어야 일을 볼 수 있었다. 왕의 배설물은 '똥'이라 하지 않고 우아하게 '매화'라고 불렀다.
사람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것이 변을 보지 못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에는 누가 장난스럽게 지은 이야기 정도로 생각하였는데 겪어본 사람은 이 고통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 것이다. 애기가 변이 나오지 않아 안간 힘을 쓰는 모습을 보니 저절로 수긍이 갔다.
재래식 변소는 대문 옆 한쪽 귀퉁이에 있었고 그 위에 장독대가 올려져 있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드럼 통을 묻거나 구덩이에 시멘트로 옹벽을 만들어서 사용하다가 차면 퍼 내어야 한다. 골목마다 1주일에 한 번 정도 “똥~~퍼” 하는 소리가 골목을 누볐다. 똥을 길게 늘어뜨리고 퍼는 짧게 하는 소리가 재미있어 따라 해보곤 하였다. 몇 번 해 보면 자연스럽게 운율이 생긴다.
트럭에 큰 똥 통을 싣고 인부들이 지게에 똥 통을 양쪽에 매달아 날랐다. 아무리 조심을 하여도 바쁜 걸음으로 다니다 보면 길거리에 똥이 넘쳐서 냄새가 온 동네에 진동하여 소리를 지를 필요도 없었다. 처음에는 한 통에 얼마씩 계산하였다. 넘친다고 똥 통에 조금 채워가려는 인부와 가득 채워 가지 않는다는 아줌마의 날카로운 신경전이 벌어지곤 하였다. 완전히 청소해주고 일정한 금액을 주는 도급제가 도입되면서 동네가 조용해졌다. 손잡이가 길게 달려있는 똥 푸는 통을 넣어서 이리저리 몇 번 쑤셔보면 몇 통 정도 나온다는 것을 인부들은 정확히 알았다.
인건비가 상승하고 똥차의 현대화가 이루어지면서 긴 호스로 빨아올리는 큰 탱크가 달린 현대적인 똥차가 등장하였다. 뒤 쪽에 플라스틱 관으로 용량을 확인할 수 있는 눈금이 있어서 요금에 대한 언쟁이 없어졌고 냄새를 진동시키지 않게 되었다. “똥~~퍼” 라는 소리는 사라지고 명곡의 감미로운 음률이 골목을 누비면서 똥 차의 등장을 알렸다.
수세식으로 바뀌면서 멀수록 좋다는 측간이 방에 당당히 자리를 하였고 변소가 아닌 화장실로 진화하였다. 잘 관리된 고속도로 휴게소나 공공장소의 화장실을 사용할 때 마다 한국의 성장을 보는 것 같아서 기분이 상쾌하다.
하루는 어머니가 똥 푸는 아저씨를 부르라고 하여 불러왔는데 “이 아저씨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상하여 물으니 “똥을 푸고 나면 화장실 바닥에 떨어지는 것이 있어 지저분한데 물을 한 통 길러서 바닥 청소를 해 주는 아저씨가 있어 그 아저씨에게만 푼다.”는 것이다.
똥에 대한 이야기를 장황하게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똥을 푸는데도 단골이 있다”는 것을 절대 잊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똥을 푼 뒤 깨끗한 뒤처리로 단골을 만들었던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수입이 최소한 20% 이상 많았다. 장사를 하는데 단골처럼 고마운 사람은 없다. 지금 자신의 고객 중에서 단골고객이 몇 %나 되는가를 점검해 보라. 단골고객이 꾸준히 증가하지 않는다면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를 찾아야 한다. 신규 고객을 한 명 잡기 위하여 얼마만한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생각해 보라. 비용이 가장 적게 들어가는 것이 단골고객이다. 단골 고객이 없다면 사업에서 성공할 수 없다.
음식점에서 고급승용차를 타고 가족과 함께 와서 한 번 식사를 하고 가는 부자와 몇 년째 매일 와서 식사하는 허름한 옷차림의 사람을 종업원들이 어떻게 대우하는가를 보라. 누가 자기에게 돈을 벌어주는 사람인지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당신에게 돈을 벌어주는 단골고객이 VIP 고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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