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사내커플 성공작전 |
| 작성자 |
한아리 |
[조선일보 송혜진 기자]
“직장인의 87%가 동료에게 이성감정을 느껴봤다”
최근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미혼직장인 33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직장동료에게 이성으로 호감을 느껴본 적이 있다’는 응답은 전체의 87.3%, 이 중 실제로 사내커플 경험이 있다는 비율은 40%가 넘는다. 2003년 639명 대상 조사결과, 직장동료를 이성으로 느낀 이가 74%, 실제 사내연애 경험자 비율이 24.4%였던 것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83%가 넘는 직장인들은 사내커플이 되어도 주변에 교제사실을 비밀에 부치겠다고 대답했다. 헤어질 때의 두려움(41%), 동료들의 부담스런 시선(32.2%), 직장생활에 끼치는 부담(15.1%)이 교제사실을 감추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내커플들은 자주 만날 수 있고(66.9%), 만남이 스릴이 있다(18.7%)는 이유로 사내연애를 계속하겠다고 말한다. 그들은 어떻게 보완을 유지하고 있을까. 실제 사내 커플들이 들려준 ‘생존전략’은 치밀하다못해 처절하기까지 했다.
◆암호·가명·수화는 기본…007 특급작전
“이소민입니다” 딱딱하게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 외국계 금융회사 1년차 직장인 이소민(가명·27)씨. 전화를 끊자마자 “누군지 알아요? 남자친구였어요” 하고는 웃음을 터트린다. 누가 알아차릴까 일부러 사무적으로 전화를 받는다는 것이다. 이씨는 6개월째 같은 부서 동갑내기 동료와 열애 중이다. 누가 휴대폰을 무심코 열어볼까 ‘잠금’ 설정을 해놓는 것은 물론, 남자친구 이름도 ‘김철민’이란 가명으로 저장해놨다.
암호·수화도 기본이다. ‘보고싶다’는 말은 ‘자료 보내드리겠다’, ‘빨리 퇴근하고 만나자’는 ‘메모지 빌려달라’는 말로 대신한다.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을 땐 남들 몰래 양손으로 동그라미 두개를 만들어 보인다고 했다. “‘사랑한다’는 말에 ‘ㅇ’가 두개 있잖아요” 이씨의 수화 풀이였다.
◆걸리면 한 술 더 뜬다
제 아무리 치밀해도 눈치 빠른 사람에겐 걸리기 마련이다. 1년 가까이 선배와 사귀고 있는 정지혜(가명·28)씨는 비상계단에서 남자친구와 잠깐 ‘접선’한 것이 화근이었다고 했다. “다른 선배가 문을 열고 나타난 거예요. 마침 들고 있던 서류를 전해주는 것처럼 하고 후다닥 나왔죠.”
순발력있게 대처하긴 했지만 결국 소문이 돌았다. 정씨는 “결혼할 사람 따로 있는데 무슨 소리냐”고 펄쩍 뛰는 방법을 택했다. 일부러 공개적인 자리에서 남자친구 자랑을 많이 하는 전법도 구사했다. “다행히 요즘은 조용해졌어요” 정씨가 눈을 찡긋한다.
보험회사에 다니는 최정문(33)씨는 ‘우리 정말 사귄다’ 전법을 구사하는 경우다. 동기인 애인과 휴가를 같은 기간에 잡자 “너희 둘이 혹시 같이 가냐”는 의심을 받았다. “어떻게 알았냐, 기왕이면 데이트 자금 좀 보태줘라…그러면 다들 농담한다고 생각하고 웃죠”
길을 함께 걷다 직장상사와 마주친 적도 있었다. “너희 둘이 뭐하냐고 하길래 ‘보다시피 연애한다’고 큰소리 쳤어요. 안믿던데요”
◆‘쟨 다 친한가보네’ 교란작전까지
윤현준(가명·31)씨는 일부러 다른 여자동료들에게도 잘해준다고 했다. “여자친구랑만 다니면 의심하잖아요. 그래서 다른 여자동료한테 밥먹자, 영화보러 가자하죠” 덕분에 팔자에 없는 ‘젠틀남’, ‘카사노바’ 소리까지 듣고 있다고 했다.
“한번은 술 취해서 사람들 앞에서 저도 모르게 여자친구 볼을 꼬집었어요.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까봐 다음날 모든 여자동료들 볼 꼬집고 다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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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사내커플로 살아남기 위한 십계명
1. 입에 자물통을 채워라
:결혼에 대한 확신이 서기 전까지는 무조건 비밀을 지켜라
2. 커플 아이템엔 눈길조차 주지 마라
:커플링을 맞추는 건 교제사실을 알리는 지름길이다
3. 귀머거리 3개월·벙어리 3개월·장님 3개월이 되라
:회사에선 애인을 보지도 말고 애인에 관한 이야기를 듣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라.
4. 들켰을 땐 한 술 더 떠라
:‘어떻게 알았어? 우리 사귀는 거 맞아’라고 말하면 오히려 농담인 줄 안다.
5. 안면근육을 길들여 거짓말을 천연덕스럽게 하라
:‘결혼하는 사람 따로 있는데 무슨 소리냐’며 펄쩍 뛰는 건 기본이다.
6. 근무시간엔 남처럼 등을 돌려라
:근무시간은 물론, 회식 자리에서도 멀리 떨어져 앉는 게 좋다.
7. 뛰어봤자 ‘벼룩’임을 명심하라
:애인에게 거짓말 해봤자 하루도 못간다. 왠만하면 솔직히 말하자.
8. 네 애인의 아이템을 탐내지 마라
:‘애인인데 어때…’하며 업무 아이템을 빼가기 시작하면 관계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다.
9. 두 사람이 나눈 대화는 둘만의 비밀로 지켜라
:애인이 해준 이야기를 다른 동료에게 무심코 말하는 순간, 연인의 신뢰도 금세 깨진다.
10. 애인의 스케쥴 보기를 돌같이 하라
:‘오늘 누구 뭐한대?’란 질문에 무심코 ‘가족 모임 있다던데’라고 무심코 대답하지 않으려면 애인의 스케쥴에 무심해져야 한다.
(송혜진기자 [ enave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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