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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대교에서 생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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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에 동료들과 한강시민공원에서 농구시합을 하기로 했었다.
오랜만에 양복(우리는 이것을 작업복이라고 부른다)을 벗어던지고
츄리닝 차림에 편안한 운동화를 신고서
평균연령 37세의 노령팀이 펄펄나는 젊은 친구들과의 시합에서 이기고 난후,
기분좋게 사무실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동료 세명과 같이 내차를 타고 반포대교를 건너던 중이었다.
운전중에 잠깐 다리위에서 강물을 쳐다보는 여자가 보였었는데
그 여자 곁을 지나갈 무렵 순간적으로 여자의 몸이 난간 밖에 있다는 것을 느끼고선 얼른 차를 세웠다.
비상등을 켜고 차를 조심스럽게 후진한 다음 동료 한명은 119에 전화를 했고,
다른 두명은 조심스럽게 여자의 뒤쪽으로 다가갔다.
여자는 난간을 넘어가서 뒷꿈치만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었고,
몸은 강물을 향하고 두팔을 뒤로 뻗어 난간을 잡은 채 매달려 있었다.
손만 놓치면 곧바로 강물로 떨어지는 위험천만의 형국이었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우리가 먼저 여자를 잡기 전에 저 손을 놓아버리면 어떡하지?
만약 여자가 떨어지면 같이 뛰어내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고민들이 스쳐가고 있었다.
살금살금 다가가던 동료 두명이 마침내 난간을 잡고 있는 여자의 손을 잡았고,
나 역시 달려가 함께 여자를 들어 난간 안쪽으로 옮겨 놓을 수 있었다.
정말로 긴장되는 순간이었었다.
겨우 진정하며 여자의 얼굴을 살피고 보니 나이 어린 젊은 아가씨였다.
여자는 한참을 난간에 매달려 있었던 모양이었다.
얼마나 그렇게 울었는지 눈은 퉁퉁 부어 있었고,
그 이후로도 내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왜 그런 일을 했는지 물어도,
보호자에게 연락을 해야겠으니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해도,
울기만 할뿐 아무말도 하지 않는 여자를 어떻게 해야 할 지 참 난감했다.
하지만 뛰어내리지 않고 한참을 매달려 있었던 걸로 봐서
아직도 삶에 대한 많은 미련이 남아 있는 사람일거란 확신이 들었다.
그렇지만 우리가 여자를 차에 태울 즈음에 갑작스럽게 소낙비가 쏟아졌는데
만약 그때까지도 난간에 매달려 있었다면 미끄러져서라도 떨어졌을 것 같단 생각을 하니
운동을 하기로 했던 계획이며,
잠수교와 반포대교의 갈림길에서 반포대교를 선택했던 일이며,
여자를 보고 무심히 지나지 않았던 일련의 일들이 한 생명을 구하기 위한 시나리오처럼 느껴졌고, 참 감사하게 생각되었다.
말없는 여자를 사무실로 모시고 와서
차도 대접하고 식사까지 대접하며 정성스럽고 끈기있게 말을 걸어준 동료 덕분에
결국엔 마음을 열고 나중엔 감사의 목례를 하며 돌아서던 28세의 젊은 여자의 뒷모습을 보며 정말 열심히 살아주길 기도했다.
어떤 이유로 그 위험한 자리까지 찾아가 서게 되었는지 알순 없었지만,
죽을 용기가 있었다면,
당당히 살아갈 용기를 가진 사람일거라는 믿음도 가져본다
언젠가는 누구나 죽음의 순간에 맞서야 하긴 하지만,
그 어떤 사람도 스스로 그 순간을 찾아나서지는 않았으면...
또한 한참을 매달려 있는 동안 무심코 지나쳐간 많은 운전자들처럼 이웃의 아픔을 무관심으로 쳐다보는 병든 사회가 더 이상 아니었으면 ...
그리고 이렇게 아름다운 반포대교가 더 이상 슬픔의 장소가 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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