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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세일즈맨 이준용]
운수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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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기억나십니까?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는듯한 그때 그 구절들이!
공부라 생각해서 그랬는지 그땐 참 책보기가 싫었습니다.
"그런데 참, 이번 계집앤 어린 것이 여간 잔망스럽지가 않아.
글쎄, 죽기 전에 이런 말을 했다지 않아? 자기가 죽거든 자기
입던 옷을 꼭 그대로 입혀서 묻어 달라고..." [황순원 - 소나기]
나귀가 걷기 시작하였을 때, 동이의 채찍은 왼손에 있었다.
오랫동안 아둑시니같이 눈이 어둡던 허생원도 요번만은
동이의 왼손잡이가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었다.
걸음도 해깝고 방울소리가 밤 벌판에 한층 청청하게 울렸다.
달이 어지간히 기울어졌다. [이효석 - 메밀꽃 필 무렵]
문득 김첨지는 미친 듯이 제 얼굴을 죽은 이의 얼굴에 한데 비벼
대며 중얼거렸다. "설렁탕을 사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현진건 - 운수 좋은 날]
열 대여섯살 고등학생때 이 소설을 읽으며 가슴 속에 품었던
다짐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나는 절대 나중에 결혼하면 저러지 말아야지...!
김첨지! 나쁜 놈! 장사가 중요한가? 지 마누라는 이미
죽어버렸는데 설렁탕이 뭔 소용이람...?'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은 참고서의 해설을 보지 않더라도
그때 김첨지의 마음이 이해가 갑니다.
"1920년대 사실주의 소설의 대표작으로... 일제 식민지 치하
하층 노동자의 궁핍한 생활상과 기구한 운명을... 제목과 글의
구조가 반어적 성격을 띄며... 최근 학력고사 출재경향은..."
9월의 마지막 토요일, 영업사원 이모씨에게 행운이 불어닥친다.
계약실적 우수자 포상으로 받은 당직근무가 있는 터라 아침 일찍
빳빳이 다린 와이셔츠를 꺼내 입고 출근을 했다. 예상치 못했던
당직근무가, 그것도 하늘도 청명한 주말에 근무를 서게 되다니
잘만 하면 오늘도 계약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좋은 느낌이 들었다.
전날에 이어 연이틀 당직근무로 집에 늦게 들어가는 것과 간밤에
마누라 기침소리가 마음에 걸리긴 했어도 일이 우선이라는 생각을
하며 잠시 잊기로 했다.
오전 11시가 조금 못미처 홈페이지를 보고 상담을 받고싶다는
고객의 전화를 받고 정자동 분당중앙지점으로 달려갔다. 몇분의
시간이 흐른 뒤 기분좋게 계약서를 작성하고 얼른 성남지점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때 마누라로 부터 걸려온 두번째 전화, 몸이 너무 아프니 집으로
지금 올 수 없느냐는 내용이었다. 몸은 죽전 집쪽으로 향하면서도
마음은 성남 지점쪽으로 가는 중에 "운수 좋은 날" 이 생각났다.
'그래... 가자...! 마누라 죽은 다음에 설렁탕이 뭔 소용이냐...?'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실을 다녀왔습니다.
감기 몸살에, 음식을 잘못 먹어 얼굴부터 온몸이 부어올라
순간적으로 많이 놀랬나봅니다. 체온과 혈압을 재고, 피를
뽑아 검사를 하고, 심전도도 체크하고, 2시간 동안 링겔을
맞고, 약을 받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시 잠을 재우고
저도 그냥 하루 집에서 푹 쉬기었습니다.
설렁탕 대신에 일을 나가지 말라고 가르쳐 주신 분은
인력거꾼 김첨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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