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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세일즈맨 조성윤]
시작<아홉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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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옮긴 사무실에서 전화선도 설치하고 컴퓨터 전용선도 설치하면서 업무가 가능하게 바뀌었다. 사무실 크기도 그 전에 있던 곳 보다 넓었고 마음에 들었다.
상품을 알면 알수록 상품의 매력에 빠졌는데 부모님 보험이 대부분 형편없는 보장이라서 이번 기회에 제대로 된 보험 컨설팅을 해드리고 싶었다. 아버님은 당뇨가 있으셔서 어려웠고 다행히 어머님이 건강하셔서 가입이 가능하셨고 아들을 위해서 1년치 보험료를 내주셨다. 물론 할부가 아닌 일시불로...
가족계약을 넣고 나서 본격적인 영업을 해야 겠는데 어디서 부터 시작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오질 않았다. 지방에서 먼저 연락이 오신 분은 그럭저럭 계약을 했는데 누구를 찾아가야 할지 막막했다.
어머님께서 보험 하는건 좋은데 절대로 친척들 찾아가지는 말라고 신신 당부 하셨기에 엄두도 못내고 있었다.
<사실 어머님 이야기는 핑계일 뿐 나 자신부터도 친천들에게 찾아가기 싫었다. 알량한 자존심 때문이기도 했고 보험을 너무 모르니 망신 당할까바 두려웠다.>
개척영업을 한번 해봐야 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무작정 사무실에 있는 상품 리플렛을 가방에 꾸역 꾸역 담고 사무실을 나왔다.
추운 겨울 밖에 나와서 어디서 부터 시작해야 할까? 하는 고민에 벌써부터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일단 닥치는 대로 쭉 돌자는 생각을 가지고 사무실 주변 상가들을 빙빙 돌다가 귀금속 가계를 발견하고 들어가려 하다가 너무 긴장되서 문도 열지 못하고 다시 뒤돌아 나왔다. 담배 한대 꺼내 물고 머라고 말해야 하나 생각했다. 참으로 가계 들어가기가 이렇게 심적 부담이 될 줄이야...
담배를 끄고 껌하나 잘근잘근 씹고나서 껌을 버리고 용기를 내서 가계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안에 앉아 계신 아주머니가 어서오시라고 인사를 하더니 내 모습을 위 아래로 훑어 보더니 바로 옆에 있는 TV채널을 바꾸면서 시선을 돌렸다.
나는 순간 당황했지만 90도로 인사를 하면서 말했다.
"아..안녕하십니까? 저는 보험을 판매하고 있는 조성윤 입니다."
"......"
아무런 반응없이 아주머니는 TV만 보고 있었다.
"저희 회사는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을 모두 판매할 수 있는 법인대리점 입니다. 저희 회사가 이쪽으로 이사를 해서 인사 드리려고 왔습니다."
"....."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고 TV만 본다.
나도 멀뚱이 무슨말을 해야 하는 건지 몰라서 서 있다가 난생 처음 겪어보는 타인의 무시에 몹시 당황했다.
"저 그러면 지금은 바쁘신 것 같은데 다음에 또 인사드리겠습니다.. 그럼 안녕히.."
내 말이 다 끝나기 전에 아주머니는 드디어 나를 쳐다보며 단 한마디를 퉁명스럽게 말했다.
"다음에 오지 말아요. 아저씨 말고도 오는 사람 많으니깐"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시 TV를 보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무안함과 모멸감에 피가 꺼꾸로 끓어 오르는 기분을 느끼며 내 얼굴은 달아 올랐고 인사를 하는둥 마는둥 도망치듯 가계를 나왔다.
한적한 골목 안으로 들어가 허름한 빌딩 화장실에서 담배 한대 피우는데 참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내가 이런 수모 겪을라고 보험하나? 내 이야기 들어 보지도 않고 너무 하는거 아닌가?' 등등 생각 할 수록 분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그래 한번 갔는데 쉽게 쉽게 되면 개나 소나 다 보험왕 이지... 이왕하는거 더 하자'
마음을 추스리고 그 다음 가계도 들어가고 사무실도 들어가면서 한곳 두곳 세곳 네곳... 나중엔 몇 곳을 들어 갔는지 까먹을 정도로 닥치는 대로 들어갔다.
운이 없는 건지 원래 그런건지 사람들은 무반응 이였고 나랑 눈도 마주치려고 하지 않았다. 수위들은 나가라고 호통치고 정말 태어나서 이렇게 개무시 많이 당하는 건 처음이였다.
시계를 보니 개척 시작한지 불과 4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나의 멘탈은 완전히 바닥으로 떨어져 있었고 더이상 어느 곳에도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졌다. 길거리 벤치에 앉아서 담배 피우니 처량한 신세에 한숨만 푹푹 나왔다.
'아니 세상에 보험아줌마라는 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개척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것인가? 이거 진짜 아무나 하는게 아니구나..'
보험영업 책에서 보았던 개척영업을 실제로 해보니 너무나 막막했다.
내 말 한마디라도 내 눈을 보며 들어 주는 사람이 없으니 미치고 환장 할 노릇이였다.
거기다 더욱 기가 막힌건 내 자신이 이정도에 흔들리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컸다는 사실 이였다.
하늘 높을 줄 모르고 마인드 업 되어 있던 초보 보험세일즈맨이 단 몇시간의 개척으로 패잔병이 되어 쓸쓸히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저녁이 되어 네온싸인이 반짝거리고 커플들이 즐겁게 '재잘재잘' 북적이는 종로 한복판에서.....
<<지금 생각해 보건데 당시의 내가 고작 몇 시간의 개척으로 메탈이 떨어져 스스로 주져 앉은 가장 큰 이유는 다른 그 무엇보다 '절실함이 없는 마음' 이였던 것 같다.>>
오늘은 여기까지 ....
네이버 카페 [보험 제대로 알고 시작하자] 주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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